감독 모하메드 아슬리/모로코/2004년/97분
"카사블랑카는 베르베르족 여인들을 과부로 만들어요". 고산지대 시골마을에 아이들과 남겨진 아이샤는 남편 사이드에게 한탄이 섞인 편지를 보내지만, 그는 돌아올 수가 없다. 카사블랑카에만 미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사블랑카에선 천사들이 날 수 없다>는 가난한 웨이터 사이드와 그의 두 동료가 겪는 카사블랑카 이야기. 이들에게 카사블랑카는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로맨틱한 도시가 아니다. 결코 가질 수 없 부(富)의 전시장이고 날개를 꺾고 주저앉는 정글일 뿐이다.
카사블랑카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사이드는 아이를 낳은 아내 아이샤가 몹시 아프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는 아이샤를 카사블랑카로 데려오려고 하지만, 남편을 다시 보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던 아이샤는, 이미 거의 의식이 없다. 그의 이야기 사이사이 도시에 있는 사이드의 두 동료가 등장한다. 오트만은 식당에서 남은 빵을 모아 말먹이로 고향에 부친다. 어머니가 그 빵으로 키우고 있는 하얀 말은 오트만에게 유일한 희망이지만 빚때문에 지방 유지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들과 같이 사는 젊은 웨이터 이스마일은 식당 건너편 구두 가게에 전시된 값비싼 구두를 사고 싶어한다. 그는 열심히 돈을 모아서 마침내 구두를 사지만 하필이면 그날 만원버스를 타고 진창을 지나야하는 심부름을 가야만 한다.
<카사블랑카에선…>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영화다. 카사블랑카와 두군데 시골 마을을 오가고, 이스마일의 여정을 따라가는 데다가, 아이샤를 싣고 고향을 떠난 사이드 또한 만만치 않게 긴 길위에 선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데뷔작인 감독 모하메드 아슬리는 복잡한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비극과 유머를 이질감없이 오가는 재능 또한 그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