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어디 한 번 놀아볼까? 악마의 심술궂은 웃음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의기양양 사탄> 중에서.
는 [외투], [검찰관]으로 잘 알려진 니콜라이 고골리의 원작을 영화화한 보기 드문 러시아산 공포 영화다. 오래 전 이란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그 희귀성 때문에라도 한 번쯤 찾아서 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DVD에는 희귀도로 따지면 더한 부록들이 수록되어 타이틀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3편의 초창기 러시아 공포 영화로, 비록 단축된 하이라이트판이기는 하지만 당시 러시아 공포 영화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와 마찬가지로 고골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1915년)에서는 마치 사다코의 원형을 보는 듯한 소름끼치는 그림 속의 유령을 만날 수 있고, (1916년, 푸쉬킨 원작)에서는 도박과 일확천금에 눈이 먼 한 장교의 인생이 파멸되어가는 과정이 묘사된다. 또한 (1917년)에서는 악마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저지르는 온갖 심술궂은 악행을 지켜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무성 영화를 감상할 때 들을 수 있는 적당히 고른 음악 대신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를 입힌 것이 오래된 영화 특유의 흑백 화면과 어우러져 묘한 정서를 자아낸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DVD를 보면서 원작이 된 드라마를 수록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80여년 전의 무성 영화들을 소중하게 담은 의 DVD를 보며 불과 20여년 전의 드라마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는 한국의 현실이 새삼 씁쓸하게 다가온다.
기분 나쁜 초상화의 인물이 캔버스 밖으로 튀어 나오고 있다. 나카타 히데오는 이 영화를 과연 보았을까? <초상화> 중에서.
카드의 패를 맞힌다는 백작부인은 주인공의 위협에 충격을 받아 죽고 만다. 모든 파멸의 출발은 바로 여기서 부터였다. <스페이드의 여왕> 중에서.
평범한 일상이 공포의 환상으로 변하는 순간. 조악해 보이는 트릭 촬영과 소도구지만 옛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다. <스페이드의 여왕> 중에서.
영화평이 어떤 매체에 수록되었는지까지 꼼꼼하게 정리한 메뉴의 작품 정보. 이렇게 자료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한국 영화 DVD를 별로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