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익환 목사의 장남이며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친형인 오페라 연출가 문호근씨가 5월17일 새벽 2시쯤 서울 강북구 수유6동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55. 지난 9일 3년 임기의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직을 마치고 주로 집에 머물던 문호근씨는 유족들에 따르면 “16일 밤 늦게까지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드시는 것을 봤는데” 17일 아침 부인 정은숙씨가 들어가보니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46년생으로 55년의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한 문호근씨는 1971년부터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국내 오페라 선진화와 ‘민족가극'의 모색에 앞섰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한 인권, 민주화운동에도 힘써왔다. 민족적 통합과 통일에 대한 열망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금강>과 <백두산>뿐 아니라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으로 일하던 지난 99년에는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을 무대에 올리는 등 아버지인 고 문익환 목사의 뜻을 따라
예술을 통한 남북화합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그의 빈소에는 늦은 밤까지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지인들은 너무 갑작스런 그의 죽음 앞에 충격과 슬픔으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동생 문성근씨는 “형이 평소 특별한 지병 없이 건강했으나 예술감독직을 그만두기까지 많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가버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침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