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입장 줄에서 들은 대화 한 토막. 뮤지컬 <비틀쥬스>의 오브제로 가득한 극장 로비를 서성이던 한 관객이 동행한 지인에게 물었다. “나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이거 팀 버튼 원작이야?” 그의 질문처럼 팀 버튼은 미학의 일부만으로 세계의 전체를 짐작 가능한 감독이다. 영미권 관객은 팀 버튼 영화의 비주얼과 스토리를 두고 버트네스크(Burtonesque)라는 형용사를 만들 정도이니 말이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돌아보면 컴퓨터그래픽이 상용화되기 이전에 제작된 원작 영화는 실물 세트와 다양한 소품으로 스펙터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견 무대극과 닮아 있다. 이 특성을 뮤지컬 또한 더없이 어울리게 계승했다. 아날로그적 특수효과와 소품은 물론 뒤틀린 채 소용돌이치는 곡선, 음산한 컬러로 채색된 고딕스타일의 세트 등 우리에게 익숙한 팀 버튼식 미장센이 무대에 가득하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영화와 비슷한 줄거리를 공유한다. 어머니를 여읜 고스족 소녀 리디아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부부 유령 애덤과 바버라를 보고, 이들 부부와 어울리다 악령 비틀쥬스를 소환한다. 비틀쥬스는 리디아를 향한 음흉한 계획을 세우지만 리디아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모험 속에서도 비틀쥬스에게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여러모로 버트네스크한 뮤지컬 <비틀쥬스>는 와중에 20세기에 만들어진 영화가 놓쳤을 법한 정치사회적 감수성을 동시대 관객이 즐길 만한 방식으로 업데이트했다. <Banana Boat(Day-O)>나 <Jump In the Line>같이 영화가 아이코닉하게 사용한 해리 벨라폰테의 팝 역시 원작의 유머를 잇되 무대만의 맹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재편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