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봉을 앞둔 나카가와 슌 감독의 <나만의 비밀>은 10대 소녀, 소년들의 설렘과 두려움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스미노 요루 작가의 장기가 잘 묻어나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스미노 요루 작가의 대표작은 동명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화제를 모은 2015년작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사랑 이야기라기엔 낯선 제목도 눈길을 끌었지만 더 화제가 되었던 건 작가 스미노 요루가 고등학생 때 투고 웹사이트를 통해 이 소설로 데뷔했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에서만 300만부를 돌파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후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밤의 괴물>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한국에서도 빠짐없이 출간되며 사랑받은 스미노 요루 작가와 서면으로 만났다.
- 일본어 제목 ‘가쿠시고토’는 ‘숨기는 것’ 정도의 뜻이다. ‘비밀’과는 또 다른 뉘앙스인데.
<나만의 비밀>은 원래 쿄의 이야기가 있는 챕터로만 된 단편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그래서 ‘가쿠시고토’라는 단어도 처음에는 쿄의 능력을 암시하는 의미에 그쳤다. 그런데 친구들 캐릭터가 예상보다 매력적이라는 걸 깨달았고, 나머지 네명의 이야기도 쓰게 되어 한권의 책으로 엮게 되었다. 다섯명의 장 제목이 각각 달랐기 때문에 모두를 아우르는 또 하나의 제목이 필요했고, 그 결과 지금의 제목이 탄생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닫히지 않은 꺾쇠괄호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영화 <나만의 비밀>을 보면서, 글을 쓸 때 상상한 주인공과 영화에서 연기한 배우의 캐스팅이 가장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 건 누구였나.
다섯명 모두 정말 훌륭하다. 쿄 역의 오쿠다이라 다이켄의 연기력은 이 영화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고, 미키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데구치 나쓰키만이 표현할 수 있다. 기쿠치 히나코가 연기한 파라는 원작 독자들이 크게 기뻐할 만한 완성도였고, 사노 마사야의 즈카는 탁월하면서 새로운 해석이었다. 그리고 엘은, 하야세 이코이가 17살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 상대의 감정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마음은 말할 수 없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이것은 각자의 (초)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감정을 제한짓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약간의 오해와 환상이 필요하니까.
처음에는 초능력이라고 생각하며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이런 능력은 10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만큼 10대의 감성은 날카롭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쿄를 비롯한 <나만의 비밀>의 인물들처럼. 다만 어른이 되면서 그것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 미움받기 싫고, 상처주기 싫다는 감정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더 어렵게 한다. 이런 ‘머뭇거리게 하는 감정’은 어른이 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스미노 요루 작가가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 혹은 ‘성장’은 어떤 의미인가.
요즘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사실은 되고 싶지 않았던 인간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꼭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니어서, 예전에는 용서하지 못했던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즉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10대들에게 “재미없는 어른이네”라는 말을 듣는 것조차 어른의 역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중학생 때부터 소설을 썼는데, 새 작품을 시작하는 순간은 어떻게 찾아오나. 독자 반응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지.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크게 두 가지다. “쓰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과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 반응이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칭찬을 받으면 큰 동기부여가 된다.
- 10대 주인공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다루는 작품들이 지닌 섬세함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금의 10대’가 원하는 이야기, 읽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감각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상상도 물론 있지만, 독자들의 SNS를 찾아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잘 모르겠는 부분은, 내 SNS에서 직접 독자들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 <나만의 비밀>의 주인공들처럼 10대였던 때, 어떤 소설들을 좋아했나.
너무 많다. <나만의 비밀>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는 아리카와 히로 작가와 고시가야 오사무 작가의 청춘소설을 꼽을 수 있다.
- 10대, 20대에 느끼는 ‘취약함’과 ‘살아가기 힘듦’이라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스미노 요루 작가의 강점이다. 작가 본인이 10대 시절에 의지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소설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였다. 지금도 다소 염세적인 편이지만, 10대 시절에는 더 많은 것들을 싫어했고, 더 많은 것들에 실망했다. 그런 와중에 도서관에서 만난 소설들을 통해 지금의 직업을 꿈꾸게 되었다. 절망하지 않고 살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퇴고할 때 목표로 하는 것은.
소설을 쓸 때나 퇴고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야기의 ‘아름다움’보다 등장인물들의 ‘인생’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 영상화 작업에 참여했을 때도, 이 점을 가장 먼저 영상 스태프들에게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