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웨블리 / 미국 / 2025년 / 83분 / 플래시 포워드
9.24 L6 16:30 / 9.25 L10 14:00
<오마하>의 간결한 각본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관찰을 통해 가족의 서사를 쌓아 올린다. <퍼스트 카우>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보여준 존 마가로의 내성적 연기에 온전히 기댈 수 있는 공간이 그렇게 생겨난다. 강제 퇴거 통지를 받고 쫓겨난 아버지(존 마가로)와 딸 엘라, 아들 찰리, 그리고 리트리버 한 마리가 낡은 차에 몸을 싣고 네브래스카 오마하로의 로드 트립을 떠난다. 운전석에 앉은 아버지는 무력감과 수치심을 숨기려 애쓰지만, 차창 너머로 보안관이 다가오고 끼니를 해결할 돈 마저 떨어지는 순간에 눈가에 떠오르는 절망을 아홉살 딸 엘라가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가족이 왜 오마하로 향하는 것인지 초조한 심정으로 단서를 헤아려가는 소녀의 시선이 비극의 무게를 더한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의 경제적 여파를 흡수한 로드무비인 <오마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노동계급 가장이 내린 슬픈 선택에 당도하기까지 완급 조절의 미덕을 보여주는 선댄스 표 드라마다.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생존하는 찰나의 기쁨들이 길 위에 새겨질 때, 누구든 슬퍼지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