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국 / 한국 / 2025년 / 110분 / 비전-한국
9.24 L10 17:30
부모와 딸 하나로 이뤄진 가족이 있었다. 그 견고해 보이던 삼각형의 꼭짓점 하나가 사라지자 두 여자는 균형을 잃는다. 인선(이지현)은 남편 없는 일상이, 수연(홍승희)은 아버지 없는 고향이 낯설기만 하다. 그의 부재만큼이나 두 사람을 괴롭히는 건 그 남자가 스스로 죽기로 한 이유를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 무지로 인한 고통은 집 밖 타인들의 무례를 먹고 자라나 모녀 사이마저 메워버린다.
이광국 감독의 신작 <단잠>은 자살 유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생활의 풍경화를 한장 두장 넘기다 인물을 보듬으려는 마음으로 그린 추상화까지 내보이는 영화다. 공통 경험을 가진 이들끼리의 연대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두루 탐색하는 시선 또한 이 영화에 무게감을 더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무엇도 쉽게 속단하지 않는 태도가 이야기 전반을 지배한 덕분이다. 주인공 모녀를 둘러싼 군상의 이채로운 면면을 놓치지 말고 따라가되 이지현 배우의 위태로운 호흡과 홍승희 배우의 가시 돋힌 음성이 부딪히듯 어우러지는 순간들에 특히 귀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