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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8호 [씨네초이스]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 The Last One for the Road
최현수 2025-09-24

프란체스코 소사이 / 이탈리아, 독일 / 2025년 / 100분 / 플래시 포워드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세상이라면 항상 취해 있는 것이 차악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365일 혈중 알코올 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두 한량 카를로비안카(세르지오 로마노)와 도리아노(피에르파올로 카포빌라)처럼 말이다. 정처 없이 술을 찾아 헤메던 술꾼들은 샌님같은 건축과 학생 줄리오(필리포 스코티)를 우연히 만난다. 세 사람은 어떤 목적지도 정해두지 않은 채 끝없는 음주의 길에 오른다. 숙취를 느낄 새도 없이 비틀거리는 만취의 로드무비다. 다만 <가는 길에 딱 한 잔 더>가 알콜의 힘을 빌려 그려낸 것은 단순한 여흥의 삶이 아니다. 주정뱅이들이 탄 차창 뒤로는 황량한 이탈리아의 동시대적인 풍경이 그들을 비웃듯 지나친다. 주정처럼 뇌까리는 대화 사이로는 자본의 유령이 넘실거리는 우화가 스며들어 있다. 어쩌면 이들은 숙취와 같은 냉혹한 현실을 피해 차라리 영원히 깨지 않기를 택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새로운 좌파 이야기꾼 프란체스코 소사이의 등장을 기대해도 좋다. 2025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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