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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6호 [인터뷰] 연기의 희열, <지우러 가는 길> 배우 심수빈
조현나 사진 김희언(객원기자) 2025-09-22

강렬한 데뷔작이다. <지우러 가는 길>에서 배우 심수빈은 담임 선생님의 아이를 갖게 된 고등학생 윤지로 분한다. 경선(이지원)이 임신 중지를 결심한 윤지의 의도를 알아채고 도와주려는데, 처음엔 그의 손길을 거절하다 점차 경선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부산영화제에서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친 심수빈은 “영화제 이전엔 긴장돼서 잠도 못 이뤘는데 집에 돌아갈 날이 되니 12시가 지난 신데렐라가 되어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차분하고 진중하게 자신의 첫 영화 현장을 전하던 배우 심수빈의 말을 전한다.

- 각본을 어떻게 읽었나.

유재인 감독님께서 <지우러 가는 길>의 자연스러운 미술을 추구하셨다고 하는데 시나리오에서부터 미감이 느껴졌다. 센스 있고 다채로운 시나리오였다. 윤지에게 공감이 됐고 나와 통한다고 느꼈다.

- 어떤 면에서 공감이 되던가.

내게 은지는 고슴도치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방어적이지만 속으로는 누군가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마음이 갔다. 결국에는 경선의 다정함에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 귀여웠다.

- 초반엔 윤지가 경선의 개입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는데.

윤지는 불건강한 관계에 매달리고 있지 않나. 그런데 경선은 그 상황을 깨트리고자 하는 존재라 거부감을 느낀다. 좋아하는 신 중 하나는 담임 선생님의 부인 민영(장선)이 학교에 찾아왔을 때 윤지가 놀라서 고개를 드는 순간이다. 경선이 체육복으로 갈아입다 셔츠 깃이 올라간 상태로 멈칫 하며 윤지를 바라보는 게 너무 웃겼다. 그 장면을 캡쳐서 이지원 배우에게 보내며 “<상속자들>의 김탄(이민호)과 차은상(박신혜) 같다”고 했다. (웃음) 경선이 너무 든든하게 느껴진 순간이다. 경선과 윤지는 같은 상처를 지녔고 함께 결핍을 이겨나갈 수 있는 존재다. 이후로도 오래오래 친구로 지내면 좋겠다.

-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도전이었던 점은.

임신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따로 연구했다. 주차 별로 몸에 생기는 변화를 정리해 일기처럼 적고 신체적으로도 느껴보려 했다. 그밖엔 화장실에서 경선과 투닥거리는 액션 신. 액션을 찍어본 게 처음이었다. 연기할 때는 서로 ‘팍팍팍!’ 하다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서로 괜찮냐고 한참 이야기해서 감독님이 답답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진짜 즐겁게 찍었다.

- 인간 심수빈으로서 윤지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윤지가 하는 선택을 누군가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윤지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궁지에 몰리고, 스스로 확신이 없을 때 믿음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은지가 지난날을 되돌아봤을 때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지의 마지막 선택은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다. 앞으로도 행운을 빈다고 전하고 싶다.

- 언제부터 배우가 되길 꿈꿨나.

원래 윤지처럼 조용히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아이였다. 밖에선 낯을 가리다 집에 오면 혼자 패션쇼를 하는 이중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답답하게 느껴졌고,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꾸며 엄마를 졸라 연기학원에 갔다. 그때부터 세상이 다르게 느껴졌다. 아직도 예고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를 잊지 못한다. 나는 천성적으로 외로움을 잘 탄다. 그런데 무대에 올라 내가 하는 행동을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희열이 느껴지고, 외로움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나의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떤 실패를 해도 스스로가 귀엽게 느껴진다. 연기를 하다 보면 실패하고 깨질 일이 많은데 나는 그런 내 모습까지 좋아한다. 연기가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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