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멘 칼레디 / 이란, 조지아, 벨기에 / 2025년 / 73분 / 와이드 앵글 - 다큐멘터리 경쟁
9.22 C3 13:00 / 9.24 L2 20:00
이란의 쿠르드 마을에 사는 78세 카디제 할머니는 다큐멘터리스트하면 외면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대상이다. 부상으로 도래지를 떠나지 못한 황새 한 마리를 돌보고 있는 그녀는 비싼 치료비와 먹이값, 황새는 진료할 수 없다는 수의사들의 외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도시를 누비고 튜브에 몸을 실어 물고기 사냥에 나서는 당찬 할머니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단 하나,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떠나려는 딸의 계획이다. 쿠르드족 출신 헤멘 칼레디 감독의 장편 데뷔작 <노래하는 황새 깃털>은 한 사람의 생애 전체가 아닌 찰나와도 같은 몇 주를 정성껏 응시한다. 유쾌한 주인공을 담아내는 카메라와 편집 방식은 관찰 대상을 닮은 듯 위트를 잃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사소해 보이는 일에 온 마음을 쏟는 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별의 풍경 앞에서 직관적이면서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하여 작고, 사소하고, 짧은 관찰 속에서도 끝내 보편적인 진실에 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