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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6호 [씨네초이스] 겨울날들 Winter Days
이우빈 2025-09-22

최승우/한국/2025년/84분/비전 - 한국

9.22 KT 16:00 / 9.23 C2 19:00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일하고, 집에 돌아가고, 지하철의 인파 사이에 가만히 서 있다. 어딘가 언덕배기의 원룸에 머무르는 이들은 계속하여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이 미약한 움직임들은 기계 장치의 부품처럼 맞물리고 돌아간다. 카메라도 딱딱하게 멈춰 그들을 바라본다. 인물들은 말이 없다. 사람 간의 대화가 적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다. <겨울날들>은 대사라 부를 법한 발화를 제거한 무언 영화이고, 마땅한 사건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전술한 움직임들의 반복들만이 영화의 시각적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공간이 만드는 지속만이 제시될 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들은 목격되지 않는다. 최승우 감독은 전작 <지난 여름>에서 농촌 마을의 정경을 그린 바 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농경이라는 계절의 순환에 맞춰 살고, 자연스레 죽었다. 시간이 흐르니 이야기도 있었다. 반면에 <겨울날들>이 찍은 서울의 겨울엔 정경이라 부를 법한 활기도, 시간이라 말할 만한 생동도 없다. 우리는 (아마) 이런 곳에 살고 있다. 다만 <겨울날들>은 동시대 대도심의 시민을 담담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겨울날들>은 명확한 픽션으로 기능한다. 영화가 공백으로 마련한 시간의 틈, 사건의 부재는 결국 허구 바깥의 우리가 채워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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