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출신의 프랑스인 타마라 스테파냔 감독은 <기억의 잔상>(2012) <해안가의 이방인들>(2016) 등의 인상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한국에도 꾸준히 소개된 이다. <아르토의 땅에서>는 첫 극영화다. 다만 그는 “극영화 연출 계획을 10년 전부터 시작”했으며 “모든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거쳐야만 극영화를 만들 수 있다”라는 신조를 밝혔다. 레바논에서 극영화 연출을 배웠던 그가 덴마크에서 다큐멘터리 연출을 배우며 “이제 앞으로의 영화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과 인물과 현실을 어떻게 영화에 끌어들일지 배웠고, 이를 통해 극영화를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아르토의 땅에서>는 그의 지난 다큐멘터리와 상당한 접점을 보인다. 아르메니아인의 미시 서사를 국가의 역사를 꿰뚫는 거시 서사로 확장해 온 감독의 시선이 한결같다. 프랑스 여인 셀린은 아르메니안 남편 아르토의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는다. 그리곤 남편의 원류를 찾기 위해 아르메니아를 탐구하는 여정에 들어선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유령을 마주하고 아르메니아인이 지닌 폭력과 죽음의 트라우마, 부조리한 망명 정책 등의 정치·사회적 의제를 체험한다. 감독은 “열두 살 때 아르메니아를 떠났으나 마치 팔이 잘려 나간 듯한 ‘환상통’을 평생 겪고” 있다고 한다.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기가 어려웠고, 아르메니아에 대한 향수와 갈망을 영화로 해소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목소리가 없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안기는 방법”이라 말하는 감독은 앞으로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고 가며 세계의 침묵을 진실로 전환할 예정이다.
BIFF #5호 [인터뷰] 아르메니아의 현실을 논픽션과 픽션으로, <아르토의 땅에서> 타마라 스테파냔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