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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인터뷰] 보이지 않는 이와의 사랑, <우아한 시체> 김경래 감독
이우빈 사진 백종헌 2025-09-21

<우아한 시체>는 20세기 초반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이 택했던 ‘우아한 시체 놀이’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졌다. 결말을 정해두지 않고 영화를 찍는 도중 시나리오를 쓰며 이야기의 궤적을 흩뜨리는 방식이었다. 과거의 자신을 배반하고, 타인과의 놀이를 흡입하며 4개의 챕터가 구획됐다. 김경래 감독은 “완성된 시나리오에 맞춰 전개하는 영화가 딱딱해지는 기분을 느꼈고, 새로운 제작 방식을 통해 영화적 형식의 즐거움을 찾고 싶단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영화의 중심축은 민주(이유하)다. 민주는 타지에서 온 이방인 벤과 사랑에 빠지는데, 벤은 스크린에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말 그대로의 ‘투명 인간’이다. 민주가 벤을 만지고 이야기하지만, 관객은 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어렸을 적의 경험에 미루어, 존재해야 마땅하나 실제로 만날 순 없는 부재의 인물”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영화를 통해서 이 모순적인 부재의 존재감을 형성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기묘한 남자와 나누는 사랑의 끝에서 민주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처음부터 결정된 바는 아니었다. 영화는 민주의 귀를 익스트림 클로즈업한 숏으로 시작한다. “언어에 민감하고 말을 듣는 것에 굉장한 피로감을 느끼는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상철 역으로도 등장한 정승민 작가와 결말을 논의하던 중, 엔딩 시퀀스의 ‘어떤 장소’를 귀와 연결하는 수미상관의 통로로 연결하기에 이르렀다. 이 통로 사이에서 분절되는 인물들의 관계와 혼미한 감정의 교류, 관객의 너른 상상을 개문하는 시공간의 배치는 감독의 우아한 미래를 고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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