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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인터뷰] 무지의 세계를 믿는다는 것, <트루먼의 사랑> 김덕중 감독
최현수 사진 백종헌 2025-09-21

무대 조명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던 날 트루먼에게 세계를 향한 의심이 자랐던 것처럼 어느 날 김덕중 감독의 뇌리 속엔 “프로그램된 공간 속 인물에게 자각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싹텄다. 누구나 한 번쯤 품을 법한 생각은 오히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면”이란 가정법으로 뻗어갔다. “내가 세상과 대적할 수도 없고 어떤 균열도 낼 수 없다면, 우리는 무슨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자신이 곧 이 삶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트루먼의 사랑>이 시작됐다. 지하철에 홀연히 등장한 여자 지연(이주우)은 자신을 ‘에러’를 경험하는 ‘트루먼’이라고 부른다. 그가 설명한 버그가 일어나면 모두가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처럼 행동하다 전원이 꺼지고 만다. “모두가 멈춘 도시 속에서 홀로 남았을 때의 고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큰 서울에서 우리가 관계 맺는 이는 한 줌뿐 아닌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트루먼들은 동지를 찾는다. 그들은 술을 마시며 우정을 다지다가도 삼각관계에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세계의 오류 속에도 관계의 역학을 논한 데에는 “타인도 세상도 온전히 알 수 없다”라는 감독의 지론이 묻어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믿음의 문제다. “타인을 알 수 없어도 우리가 여전히 살아갈 힘은 그저 상대를 믿는 것뿐이다. 그게 사랑일 수도 우정일 수도 있다.” 김덕중 감독은 한 편의 연극 같은 영화가 극장을 나서도 계속 되길 바란다. “<트루먼의 사랑>의 배턴을 이어 붙인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차례가 올 것이다. 우리가 평범하지 않다는 의문이 찾아올 때 삶을 이어가기 위한 이유를 찾는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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