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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스페셜] 그 세계에 나를 던지며 영화를 시작한다, 마스터 클래스 '마이클 만, <히트>를 다시 말하다'
조현나 2025-09-21

<히트>

마침내 마이클 만 감독의 첫 내한이 성사되었다. 9월19일, 동서대학교-경남정보대학교 센텀캠퍼스 지하 1층 민석소극장에서 마스터 클래스 '마이클 만, <히트>를 다시 말하다'가 진행됐다. 일찌감치 자리가 마감됐음에도 일부 기자와 관객들은 혹시 취소표가 날 경우를 대비해 대기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마이클 만 감독의 요청으로 그의 수많은 연출작 중 <히트>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1995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히트>의 제작 과정은 마이클 만 감독에게도 “도전 그 자체”였다. “실제 삶에서 마주칠 법한 다면적이고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는게 도전이었다. “한나(알 파치노),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 등 <히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부 나름의 입체적인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다. 경찰과 범죄자의 관계로서 쫓고 쫓기는 상황에 놓여있지만 마이클 만 감독은 단순히 추격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들의 복잡한 가정사와 삶의 배경까지 녹여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한다. “씨실과 날실같이 얽힌 인물들이 후반부의 충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생각하면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이클 만 감독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궁극적인 존재는 항상 ‘인물’이다. “닐 맥컬리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내가 닐 매컬리라면 무엇을 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최대한 닐 매컬리의 눈을 통해서 보고자 한다. 다만 감독으로서 나의 역할은 캐릭터의 내면까지 완벽히 채우는 것이 아니라 ‘껍질’을 구성하는 것이다. 가령 닐 맥컬리는 자신이 만든 틀과 룰을 따라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닐이 사는 집 또한 전경이 훤히 트여 모든 걸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반대로 한나는 겉으론 유능한 형사지만 개인사는 혼돈 그 자체다. 집 내부도 오만 것으로 채워져 있고 구조도 상당히 이상하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결국 그 사람을 설명하는 것이다. 연출자로서 나는 캐릭터의 상황과 선택을 보여줄 뿐이다.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마이클 만 감독은 “주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주제와 관련된 지역에 직접 가는 방식”을 취한다. “가령 도둑에 관한 영화라면 도둑들만의 하위문화가 있을 것이 아닌가. 그것이 활성화된 지역에 가서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한다. 일단 그 세상에 나를 던진 뒤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내 영화의 리얼리즘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트>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후반부 총격신도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다. “총격전 경험이 있는 이들과 배우들이 실제 현장과 유사하게 구성된 사격장에서 실제 탄약을 넣은 총으로 두 달간 연습했다. 덕분에 촬영 현장에선 한나와 크리스(발 킬머)가 서로 엄호해 주며 전진하는 모습이 실감 나게 담겼다. 게다가 당시의 현장이 콘크리트와 유리가 많은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는데, 총을 쏘니까 사운드가 더 증폭됐다. 현장 녹음을 그대로 넣은 사운드인데 나중에 들어보니 어마어마하게 무섭더라.” 마치 어제 촬영한 영화처럼 마이클 만 감독은 세밀한 촬영 비하인드를 곁들이며 자신의 연출관을 내비쳤다.

어쩌면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했을 질문. 마지막으로 <히트 2> 제작에 관해 묻자 마이클 만 감독은 “2026년에 촬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고, 여러분과 시간을 갖기 위해 전부 정지시켜 두고 왔다. LA에서 지금 난리가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객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이라는 간결한 답변과 함께 이날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30년 전 <히트>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수많은 관객을 놀라게 한 만큼, 그의 차기작 또한 마이클 만 감독 특유의 섬세한 세계가 세상을 놀라게 할 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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