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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스페셜] 까멜리아 상 수상자, 실비아 창의 영화와 삶 ②
최현수 사진 백종헌 2025-09-21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까멜리아 상의 영예를 안은 수상자 실비아 창의 스페셜 토크가 9월 19일 20시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까멜리아 상 수상자, 실비아 창의 영화와 삶>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50년간 아시아 영화를 빛낸 실비아 창의 영화 인생을 듣기 위해 객석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시작한 행사에서 실비아 창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스페셜 토크의 첫 질문은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쥔 그에게 상이 지닌 의미를 묻는 것이었다. 실비아 창은 “영화는 상을 받기 위해 찍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분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임을 언급하며 영화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강조했다. 그가 제작자로 참여한 <타년타일>을 향한 객석의 관심도 높았다. “이 영화를 향한 자신감의 원천은 배우 허광한이다”라는 위트로 운을 뗀 실비아 창은 쿵시우핑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OTT가 범람하는 작금의 영화 산업에서 젊은 연출가들이 규모 있는 작품을 맡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점을 꼽았다. 신진 영화인 육성에 앞장서는 제작자다운 답변이었다. 그가 발굴한 영화인 중에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배우 이신제도 있다. 실비아 창은 “이신제를 처음 봤을 때 직관적으로 이 배우다 싶었다. 사무실로 걸어오는데 눈에서 별이 반짝였다”며 첫 만남을 회상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첫 장편 <해탄적일천>의 주연을 흔쾌히 수락한 일화도 언급하며 “그는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뛰어들었다. 목마름이 있는 감독이란 걸 깨닫고 함께하고 싶었다”며 대만 뉴웨이브의 시발점에 합류한 소회를 밝혔다.

이미 1980년대부터 연출에 뛰어들며 대만 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으로서 선구자의 역할을 맡은 실비아 창만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여배우들은 결혼과 출산이 곧 은퇴로 이어졌다. 난 서른을 넘어야 인생을 깨우치며 연기를 알게 되는 맛이 있다고 생각해 이 악물고 버텼다. 게다가 무대 뒤에서 하는 일에도 마음이 갔기에 연출 공부도 많이 했다. 첫 연출작에서 실패를 맛보며 좌절했지만, 기회로 삼고 공부를 더 많이 했다. <열정>(1986)이 두 번째 기회였고 성공적이었다.” 그 당시의 연출 도전기를 공유한 실비아 창은 “내게 ‘은.퇴’라는 두 글자는 없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공부하는 게 영화가 가진 매력”이라며 여전히 타오르는 열정을 내비쳤다. 지난해에는 제작자 겸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딸의 딸>(2024)의 공개 후 <딸>이라는 책을 출판하며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허오 샤오시엔 감독의 부탁으로 신인 감독의 대본을 접했다. 너무 좋은 이야기였지만 주인공 여자의 비극에 마음이 쓰여 많은 이야기를 전화로 나눴다. 코로나 이후 6년이 지나 촬영에 임했는데 그동안 주인공에 관해 대화를 꾸준히 나눴다 보니 온전히 그를 이해하게 됐다. 비는 시간마다 이 여자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쓰곤 했다. 어느새 써 놓은 글들이 너무 많이 쌓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작가로 거듭난 실비아 창의 시발점은 “연기자로서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하는 숙제”였다. 그는 관객들에게 연기란 “실제로 그 인물을 그려내는 ‘Be There’의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배우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기회에 활동 중단을 고민한다. 50년간 배우로서 끊임없이 달려온 실비아 창은 롱런의 이유로 “내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연기 밖의 삶에서도 많은 배움을 얻는다. 호기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를 접하려 노력한다. 책부터 시의성 있는 이슈까지 두루두루 파악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바쁘다.” 실비아 창은 영화 인생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으로 “생애 첫 영화 촬영장에 처음 발을 내디딘 날”을 꼽는다. “유명한 배우들이 있던 촬영장에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두려움 없이 임했다. 그 순간 나는 영화가 내 일생의 직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전히 신인의 자세로 호기심을 유지하는 태도. 초심을 기억하는 순수한 마음. 실비아 창이 50년을 영화와 살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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