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CFM은 지난해보다 2배 많은 87개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ACFM의 근간인 APM을 비롯해 차세대 미래 기술을 소개하는 이노아시아 등의 신설 사업을 여러 갈래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은 “양적인 성장에만 초점을 두고 내실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 생태계의 관계자가 모일 수 있도록 밥상을 차리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통해 올해 ACFM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 부임 2년째를 맞이한 소감은.
한 시대의 챕터가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ACFM은 B2B에 기초한 행사이고, 산업의 요구나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려 한다.
- 유수의 AI 기업을 초청한 이노아시아가 대표적인 변화로 보인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부스를 운영하고 6개의 AI 관련 콘퍼런스를 운영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영상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자 한다는 확신이었다. 이노아시아 안에 5개의 상세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거대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한국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탁월함은 증명된 바이므로, 이에 대한 기술과 자본을 지원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기업을 초청해 모두를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 1시간 동안 픽스버스, 미니스튜디오AI 등의 검증된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부트캠프, AI 영상기술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4일차의 콘퍼런스에 참여하길 추천한다.
- 신규 브랜드 ‘The A’의 신설 취지는.
지금까지 양적인 참가자의 숫자를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이제 ACFM이 아시아 영화산업의 협력을 주도하는 선도자의 역할을 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각국의 산업 리포트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17개국의 필자가 제공하는 세부 산업 보고서를 온라인으로도 공개한다. 앞으로의 ACFM에서도 ‘The A’를 정기적으로 열어 산업 리더들의 의제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 한국의 ACFM이 홍콩, 일본 등을 넘어 아시아 영화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근거는.
홍콩과 일본의 마켓은 참가자의 60% 수준이 자국인이다. 외국인의 비중도 중화권이 80% 이상이다. 다만 ACFM은 60%가량이 외국인 참가자로 진행된다. 이런 수치의 배경엔 두 개의 경쟁 우위가 있다. 하나는 ACFM의 가격 경쟁력이다. 부스 참석비도 다른 마켓에 비해 아주 싼 편이고, 홍콩이나 도쿄 같은 도시보다 부산에서의 체제 비용도 훨씬 합리적이다. 또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열린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축제와 마켓을 함께 즐기면서 더 많고 다양한 창작자, 제작자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마켓 참석자가 2만 6천여 명이었는데 올해엔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본다.
- 국제공동제작 모델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설한 다큐멘터리 네트워크 ‘독스퀘어’도 이러한 방향성에 맞춘 변화로 느껴진다.
아시아 최초의 투자 공동제작 마켓인 APM을 기반으로 하여 직접적으로 제작비를 지원하는 아시아영화펀드(ACF), 프로듀서허브 등을 운영하며 국제공동제작에 대한 불씨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마켓을 견학하다 보니 다큐멘터리에 대한 사업적 지원이 조금 부족하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독스퀘어를 신설해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피칭, 프로듀서 토크, 제작 포럼 등을 펼치게 됐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국제공동제작의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 앞서 언급했듯 세계의 영화산업, 특히 한국의 영화산업이 위기다. 마켓의 방향성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마켓이 산업 회복의 답을 제시할 순 없다. 대신 사막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오아시스 근처로 모아 정보를 교환하고 각자의 생존 방식을 공유하게 해줄 순 있다. 말 그대로 플랫폼의 활력을 살리고 다양한 생태계를 혼합하는 것이다. 단순히 명함을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넘어 영상산업과 AI 산업의 관계자들, 창작자들이 실질적인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