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라이카트 / 미국 / 2025년 / 111분 / 아이
9.22 CX 09:30 / 9.23 SH 19:30
이토록 우아하고 허술하게 범죄를 도모하는 이가 또 있을까. 1970년대 매사추세츠, 제임스(조시 오코너)가 가족들과 함께 미술관에 들른다. 작은 조각품을 슬쩍 해도 아무 일 없을 만큼 미술관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것을 파악한 그는 동업자를 고용해 화가 아서 도브의 추상화 네점을 훔쳐 근처 농가에 숨긴다. 조시 오코너의 제임스는 전직 고고학자였던 <키메라>의 아르투(조시 오코너)를 연상시키나, 그는 열망하는 상대를 좇기보단 계속 도망치며 본질을 드러내는 이에 가깝다. <마스터마인드>는 정교한 범죄 구성, 긴박한 탈출의 쾌감을 묘사하는 데엔 관심이 없다. 그보단 가족을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제임스에게 지명수배가 내린 뒤, 결국 그들을 떠난 제임스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내리는지에 관해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언제나 그랬듯 장르의 전형성을 좇지 않는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제임스가 시위대를 스쳐 지나가거나 뉴스를 통해 베트남전쟁 소식을 전해 듣는 방식으로 격변을 겪은 1970년대의 미국사가 자연스레 극에 스며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