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카르누아 / 벨기에, 프랑스/ 2025 / 94분 / 플래시 포워드
9.21 C6 09:30 / 9.22 L4 12:30 / 9.25 B2 11:00
링 위의 혈투에서 웃는 자는 오로지 한 사람뿐이다. 상대를 함락시키는 자만이 승리의 팔을 높게 치켜들 수 있다. 대표팀의 러브콜을 받는 복싱계 유망주 카미유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 손을 올린 자였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팔 부상을 당하면서 팀 내에는 이상한 변화가 감지된다. 믿었던 우정에는 점차 균열이 생기고, 단단했던 입지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링 위에서 느껴본 적 없던 막막함이 움트면서 카미유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복서가 되고 만다. 통렬한 타격감에 취한 관객은 통각을 쉽게 잊어 버린다. 피가 흐르고 멍이 든 눈은 승자의 영예로운 훈장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일드 폭스>는 승패에 취해 망각됐던 폭력의 아픔을 다시 일깨운다. 주먹을 뻗어야만 사는 자들의 내면에도 상처가 들기 마련이다. 포수의 총구보다 탄환의 종착지를, 복서의 속도보다 타격의 결과를 직시하는 영화의 시선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승리의 감격이 머무는 링 위보다 사무치는 고뇌에 잠기는 링 밖의 뒷모습에 오래 마음이 쓰일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