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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씨네초이스]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강 The River That Holds Our Hands
이우빈 2025-09-21

천젠항/홍콩, 중국, 베트남, 한국/2025년/85분/아시아 영화의 창

9.22 B2 19:40 / 9.19 C2 20:00

개인의 삶을 역사의 굴레에 빗대어 말하는 영화는 수없이 많다. 천젠항 감독의 첫 장편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강>도 위의 구조를 따른다. 다만 종래의 영화보다 훨씬 세심하게, 더 감각적으로, 그리고 아주 따스하게 인간의 역사와 도시의 풍경을 대면한다. 주인공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나’다. 감독은 중년 여성 ‘포 와’를 다큐멘터리의 주연으로 다루려 한다. 포 와는 호치민에서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고향집의 땅을 밟지 못했다. 어릴 적 캄보디아 전쟁에 휘말려 가족과 이별했고, 중국에 정착하려 하자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여러 풍파를 겪어야 했다. 포 와가 품고 있는 한 흑백 사진엔 그가 어릴 적 살았던 집의 기억이 새겨져 있다. ‘나’는 포 와와 함께 이 집을 찾는 길에 오른다. 탐색이 지지부진해질 무렵, ‘나’는 본인처럼 테오추(중국 소수민족)의 혈통을 지닌 한 여성을 만난다. 겉보기엔 서로의 뿌리를 알 수 없는 그들이 테오추의 언어로 소통하는 모습은 사라져 가는 문화의 가치에 대해 큰 울림을 더한다. 호치민 곳곳의 풍경과 소리를 채집하고 흐르는 강물을 따라 움직이는 이 기록의 여정은, 자신이 설 땅을 찾는 과정만큼이나 더딜 때도 있지만 무척 정중하다. 역사에 놓인 인간의 삶을 수단화하지 않고, 역사가 개인에게 주는 영향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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