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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씨네초이스] 아르코 Arco
정재현 2025-09-21

우고 비엔베누/프랑스/2025년/82분/오픈 시네마

9.24 BT 20:00

구름 위에 집을 짓고 사는 10살 소년 아르코(오스카 트레사니니). 아르코를 홀로 집에 두고 긴 여행을 마친 부모와 누나는 소년에게 공룡을 만난 후일담을 들려준다. 창공에 살며 백악기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 눈치챘겠지만 <아르코>가 그리는 세계는 2932년 근미래고, 미래학자들의 연구에 입각해 그려진 미래보다 동화에 차라리 가깝다. 아르코가 사는 나라는 12살 미만의 어린이에게 시간 여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의 호기심은 울타리 너머에 가닿는다. 모두가 여행지에서 복귀한 그날 밤, 아르코는 가족이 잠든 틈을 타 누나의 무지갯빛 비행 망토를 훔쳐 입고 구름 아래로 뛰어내린다. 아르코는 2075년의 어느 미래 도시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봇 유모 미키(스완 아를로)와 사는 외톨이 소녀 아이리스(마고 린가드 올드라)와 근접 조우한다. 서로에게 미래이자 과거인 소년과 소녀는 무모한 모험을 계획하고 이들의 뒤를 미스터리한 삼형제가 추격해온다.

제78회 칸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이후 제49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최고상인 크리스탈상과 음악상까지 거머쥔 <아르코>가 부산을 찾는다. 영화는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다루지만 그 정서만은 묘하게 복고적이다. 이를테면 아이리스의 외로움을 증강하는 홀로그램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봤을 법한 UI이고, 그 홀로그램을 띄우는 기계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수색 로봇과 닮았다. 로봇 유모 미키는 <바이센테니얼 맨>의 사촌쯤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르코>는 옛 SF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본따 지은 세계를 내세우며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누구도 <아르코>를 마냥 낭만으로만 점철된 이야기로 기억하진 않을 것이다. 가내 상비된 유리 돔이 빈번한 자연재해를 막고, 해수면 상승으로 터전을 잃은 인류가 끝내 하늘에 공동주택을 짓고 사는 양상이 동시대 기후 위기가 경각하는 미래의 재난을 미화 없이 반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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