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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경쟁] 허락되지 않은

하산 나제르 / 이란, 영국 / 2025년 / 80분 / 경쟁

9.21 BH 16:30 / 9.22 B2 16:30 / 9.25 L7 14:00

이란에서 스코틀랜드로 이주한 하산 나제르 감독은, 이란 문화 전반을 뒤덮은 권위주의적 현실을 두 단어, 곧 ‘허락되지 않은’으로 집약한다. 화면이 열리기 전부터 영화는 이미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다.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한 탓에 작품 전체가 제한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초반부에는 영상 없이 대화 소리만 등장한다. 관료적 절차나 이민 심문을 받는 여행자의 목소리 등, 규제의 장벽을 실감하게 하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첫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자신의 결혼 문제를 이야기하는 한 남자의 얼굴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풀밭과 전신주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감독과 동승한 여성이 허가 없이 어떻게 촬영을 진행할지 논의한다. 은밀한 촬영, 지하실에서 아이들을 찍는 방식이 그들의 해법이다. 감독은 말한다. “내 영화는 정치적이지 않다”고.

나제르는 이 평면적 서술 속에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영화 속 사건들은 정치적 색채를 지양한다. 이란 사회의 가부장적이고 통제적인 구조가 언급될 때면, 나제르는 담론을 보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 능숙하게 이끈다. 이란 아이들의 사랑과 연애에 대한 솔직한 시선, 억압된 결혼 생활에 갇힌 아내의 절박한 호소까지, 그의 시선은 소소한 삶의 풍경으로 향한다. 영화 제목을 감안하면,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나제르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사건이 아닌, 이란인의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택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제르는 자신의 영화가 정치적이지 않다는 감독 캐릭터의 변명을 무색하게 한다. 영화는 언제나 정치적이다. 어린 마음의 상상력, 질투로 촉발되는 소동, 순수한 열정과 감정의 흐름, 이 모든 것이 사회적·정치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허락되지 않은>은 통제와 권력의 문제를 날카롭게 묻는다. 이 질문은 단지 정부의 허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창작에 개입하는 아버지, 자기 결정권을 억압하는 남편,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확장된다. 영화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이란의 보수적인 예술 규제를 능수능란하게 비판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도록 한다. 장면 구성, 의상 선택, 사랑 이야기 전개까지, 그들은 감독과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집요한 검열 속에서도 아이들은 창작을 멈추지 않으며, 침묵의 강요가 얼마나 무용한지 드러낸다. 아이들 자신이 바로 멈출 수 없는 문화의 증거다. 팝송은 국경을 넘어 흘러들고, 외부 영향은 내부 압력을 능가하며, 순수한 청춘의 상상력조차 현실 속에서 생명을 얻는다.

이 작품은 지금, 바로 이 시점에 의미를 지닌다. 영화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창의적 저항의 수단이다. 금지된 영화를 은밀히 제작하고 국제 영화제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논쟁과 담론을 촉발하는 감독들의 사례는 이란과 중국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나제르는 키아로스타미의 미학과 감성을 존중하며,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