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석/한국/2025년/98분/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9020 B2 09:00 / 9.24 C3 10:00
유종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아>는 정체를 쉬이 파악할 수 없는 영화다. 숱하게 보아온 곤란에 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싶더니 미묘하게 장르의 변주를 시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제 이름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서러운 인물들의 황량한 내면 풍경에 도달한다. 묘하게 변모하는 영화의 시작은 한 여인의 이야기다. 원무과에서 일하는 서림(강해림)은 곤경에 처해 있다. 궁핍한 생활이 오래된 듯 여러 달 보험료를 미납한 상태고 사채에도 손을 대 쫓기는 신세다. 게다가 혈혈단신인 그녀에게 못났긴 해도 의지가 되었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진다. 그 와중 서림은 우연히 숨이(배강희)를 만나는데, 그녀는 서림의 쌍둥이 동생 희림(강해림)의 죽음에 연루된 인물이다. 영화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고 한데 모으며 급격한 전환을 시도하고 긴장을 조성한다. 그리고선 뼛속까지 스미는 고독과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인물들의 얼굴을 스크린에 새긴다. 복잡한 사건의 추이보다 애처로운 얼굴들의 잔상과 서늘한 공기의 촉감을 남기는 인상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