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해피 팡파르’의 센터인 마이(사이코 교코)가 정장을 차려입고 향한 곳은 무대가 아닌 재판장이다. 이성과 연애할 수 없다는 계약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매니지먼트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아이돌 그룹 ‘히나타자카46’의 멤버였던 사이코 교코는 아이돌이라는 직업적 사명과 사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이로 분했다. 마이의 고민에 공감하면서도 캐릭터와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하진 않은 자세로 사이코 쿄코는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 <연애재판>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배우로서 첫 주연작이라 감회가 남달랐겠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칸영화제에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건 해외 관객의 웃음 포인트가 일본 관객과 달랐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시사를 할 땐 웃음이 딱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해외에선 마이의 남자친구인 케이(구라 유키)가 물구나무서기할 때, 마이를 고소한 측에서 합의를 제안하며 다시 관계를 이어가고자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할 때 등 여러 차례 웃음이 터졌다. <연애재판>은 해외 관객이 더 흥미를 갖게 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서 한국 관객들은 과연 어떤 장면에서 웃을지 기대된다.
- 영화엔 어떻게 합류했나.
매니저를 통해 각본을 받았는데 읽자마자 정말 하고 싶었다. 마이가 말하는 아이돌 지망 동기가 나와 같아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고 오디션을 본 뒤 최종적으로 합류했다.
- 아이돌 역이라 여러 방면의 오디션을 진행해야 했겠다.
노래, 춤, 연기 오디션을 순차적으로 봤다. 오디션을 보는 중에도 감독님께선 아이돌은 어떤 일을 주로 하는지, 아이돌 활동을 하며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에 관해 물으셨다. 가령 무대에 올라가기 전 인이어가 도착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와 같이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상세한 내용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아이돌 세계에 대한 관심이 느껴져서 오디션 자체도 재밌었다.
- 실제로 아이돌이었기에 마이의 고민과 태도에 깊게 공감했을 텐데.
그렇다. 나 역시 마이처럼 어릴 때부터 아이돌이 되길 바랐고 센터로서 무대에 서는 날을 꿈꿨다. 마이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센터이지 않나. 많은 사랑을 받는 동시에 자신의 직업을 좋아한다. 그런 한편 케이에 대한 애정 또한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그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그 진실함을 잘 간직한 채 영화를 끌고 나가려고 했다.
- 마이를 연기할 때 기존의 경험을 녹여내기도 했는지.
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 노래와 춤을 잘 갈고 닦아 정상에 서려는 자세는 그대로 가져갔다. 다만 이전에 아이돌로 활동할 때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헤어스타일, 의상 등 마이의 외형을 다듬는 데에 여러 의견을 냈다.
- 재판을 받을 때의 마이는 팬들에게 사랑받던 아이돌 때와 상반된 상황에 놓인다.
재판신은 마이의 아이돌 활동 장면을 전부 촬영한 뒤에 찍었다. 재판 신의 분위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딱딱했다. 완전히 다른 영화를 찍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재판장에 섰을 때 ‘네가 정말 잘못했다’는 매니지먼트 측의 감정과 시선이 느껴져서 마이가 느꼈을 압박감, 긴장감이 내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 마이는 사랑을 위해 아이돌이란 꿈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마이와 같은 입장에 놓인다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마이라는 캐릭터에 연기자로서 접근했기 때문에 당사자성을 느끼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가며 재판에 임하고 최종 선고까지 가겠다고 결심한 마이의 도전이 상당히 멋있었고 그 선택을 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