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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3호 [씨네초이스] 루의 운수 좋은 날 Lucky Lu

로이드 리 최/미국, 캐나다/2025년/103분/플래시 포워드

9.19 C6 16:30 / 9.21 CX 9:00 / 9.23 L4 17:00 / 9.25 L9 17:00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어느 때보다 찬연한 상영작들을 마련했음은 익히 알지만, 플래시 포워드 섹션의 <루의 운수 좋은 날>을 향한 애정을 표명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브루클린 기반의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로이드 리 최의 <루의 운수 좋은 날>은 이민자 출신의 음식 배달부가 겪는 이틀 동안의 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드라마이다. 장편 데뷔작이지만, 감독의 프레임에는 영화사의 흔적들이 아름답게 진동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가 주도한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 구축한 주제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애잔한 가장과 그의 곁을 지키는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서사는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연상시키고, 배우의 신체와 요동치는 감정을 좇는 긴박한 트래킹 쇼트는 샤프디 형제의 그것과 닮았다. 그러나 영화는 고유한 역동성을 추출하는데, 이는 주인공 루를 연기한 장첸의 역량 덕분이다. 때때로 장첸의 클로즈업 숏은 한 시대를 표상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해피 투게더>의 경우가 그렇다. 우리는 그의 얼굴에서 대만과 홍콩의 겪어보지 못한 지나간 시절을 짐작해 보곤 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에서 장첸은 불현듯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는데,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가 남긴 소리들, 가령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나 작은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사운드 푸티지를 통해 그의 안녕을 염원하는 것에 그치곤 했다. <루의 운수 좋은 날>은 이런 아쉬움에 화답이라도 하듯 러닝타임 내내 장첸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루의 집에서 시작하고 끝맺음하는 수미상관의 구조로 설계되었다. 어두컴컴한 집에 소박하게 자리한 자그마한 창. 루의 가족은 이 창에서 새로운 빛을 마주할 수 있을까. 삶을 증명하는 장첸의 마지막 클로즈업 숏을 부디 놓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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