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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호 [씨네초이스] 힌드의 목소리 The Voice of Hind Rajab
김소미 2025-09-18

카우테르 벤 하니야/튀니지, 프랑스/2025년/89분/월드 시네마

9.18 BCM 13:30 / 9.19 BCM 20:00 / 9.25 L4 16:30

<힌드의 목소리>는 2024년 1월 29일 가자지구에서 친척들의 시신과 함께 차에 갇힌 채 구조를 요청했던 6세 소녀의 실제 통화 기록을 소재로 한다. 카우타르 벤 하니아 감독은 전작 <올파의 딸들>에서 시도한 정념 어린 메타픽션을 한층 절제된 형태로 구사한다. 힌드의 음성이 흘러나올 때 이 영화의 화면에는 오직 음파와 파일명 ‘240129.WAV’만 표시된다. 그 어떤 시각적 재현도 거부하는 이 선택은 희생자의 마지막 순간을 함부로 형상화하지 않겠다는 윤리적 태도이자, 목소리 자체가 갖는 증언의 힘을 극대화하는 담대한 연출이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직원들의 경험을 재구성한 장면들은 현실의 비극성을 담담히 드러낸다. 구급차 파견을 위한 이스라엘 측 사전 승인이라는 절차적 모순, 벽에 붙은 순직 대원들의 사진들을 차례로 보여주는 영화는 생사의 절박함과 관료적 절차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점령 체제의 잔혹함을 고발한다. <힌드의 목소리>를 보는 동안 관객은 철저히 무력한 존재이지만, 극장 또한 애도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실낱같은 가능성 역시 침묵 속에서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