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상영작·상 영관을 확대하고 경쟁부문을 신설했을 뿐 아니라 달라진 개·폐막식 진행 등 기존의 방식을 두루 바꿨다. 이러한 변화는 박광수 부산영화제 이사장이 지난해 새로 부임한 뒤, 제29회 부산영화제를 치르고 내부 조직의 운영을 살피며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이 발판이 됐다. “운영 주체에게 익숙한 형식에 안주하지 않고 게스트, 관객, 시민 등 영화제를 방문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며 영화제 운영 방식에 관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함을 느꼈다.” 경쟁부문의 경우 지난해부터 일찍이 논의를 시작해 2025 년에 신설하는 것을 확정 지었다. “경쟁부문을 신설하는 것이 ‘아시아 영화’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더 낫다”라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쟁부문 초청작 중 일부는 칸영화제, 로카르노 영화제 등 해외에서 수상 또는 상영된 작품이지만 “그 결과와 별개로 이들을 바라보는 부산영화제만의 시선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 나홍진 감독을 섭외했 다. 다양한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심사의 방향성을 잘 의논하고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다. 초청 게스트가 늘면서 예산도 작년 보다 증액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산시가 30주년을 맞이한 부산영화제에 대한 지원을 늘렸고 기업 협찬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부산영화제의 자체 수익금은 전체 예산의 약 40%에 이른다. 이만큼 건실한 영화제는 많지 않다.” 영화제를 열고 닫는 개·폐막식의 풍경도 변모할 예정이다. “올해는 칸, 베를린 등 해외 영화제의 폐막식을 일부러 집중적으로 봤다. 대부분의 영화제가 개막식에 비해 폐막식을 단조롭게 진행하기 마련이다. 올해는 공연을 동반하지 않고도 폐막식을 재밌게 치를 수 있도록 기획 중이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아 섬세하게 준비하고 있다.”
행사의 세세한 부분 또한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비프힐 1층에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을 게시”했으며 게스트와 관객이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 및 프로그램, 공간을 활성화했다. “가령 작년에 야외에 인조 잔디를 깔고 조성한 공간이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도 동일하게 구성한다. 관객, 게스트, 단순히 영화 제를 지나가는 이들의 입장을 계속해서 살펴야 한다. 만족이든 불만족이든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문제점이 보이고, 다양한 이들이 영화제에 몰려와야 새로운 것이 파생될 수 있다.” 세심하게 기획된 제30회 부산영화제의 상영작 및 이벤트들은 개막 전부터 크게 화제 되었다. “개막식 이후로 9월21일 일요일까진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등 관련 이벤트까지 전부 매진”인 상황이다. “하지만 9월22일부터는 표가 조금씩 남아있으니 잘 확인해 주길 바란다. (웃음)” 박광수 이사장은 내년 부산영화제에 관한 포부도 잊지 않았다. “올해 준비하면서 보니 부산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그중 하나는 아시아영 화를 중심으로 하되, 글로벌 영화제로 확고하게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정보를 가진 고급 인력과 더 큰 예산이 필요하다.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그 밖에도 아시아, 유럽, 미국의 영화, 영화인들에 관해선 오랜 시간 다수 다뤄왔지만 그 밖의 해외지역,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중남미 지역 등의 영화, 영화인들에 관해 충분히 언급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좋은 작품을 유연하게 발굴할 방법에 관해서도 잘 연구해 보겠다. 상영작이 늘어 다른 극장을 더 섭외했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벡스코 공간과 상영관을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여러 가지가 바뀐 올해 부산영화 제의 포맷이 한 번에 자리 잡긴 쉽지 않을 것이 다. 그러나 올해를 시작으로 계속 보완하며 변화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