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보는 것으로 충분한 이도 있다. 모든 사람이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못 가는’ 사정도 다양하다. 그래서 여행 관련 콘텐츠는 여행을 (안)못 가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채널 A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인생에서 한번도 센터였던 적 없는 아이돌 출신 여행 리포터” 강여름(공승연)은 자신과 소속사의 ‘밥줄’ 프로그램인 ‘하루 여행’마저 폐지되자 절망에 빠진다. 그때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이 보낸 고액 수표가 도착한다. 대리 여행을 해달라는 편지와 함께. 그렇게 여름은 난생처음 혼자 부여로 향한다. 이를 계기로 영화감독 지망생이자 방송국에서 영상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연석(김재영)과 여름의 소속사 오구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썸머’라는 대리 여행 전문 여행사를 만든다.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내리막길’을 걷는 전직 아이돌의 성장담과 의뢰인의 사연을 담은 힐링 드라마이 자, 부여·포항 등 지역 여행지를 소개하는 여행 드라마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의 이중적 구조다. 시청자는 이미 여름을 통해 여행을 ‘대리 경험’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다시 누군가의 ‘대리 여행’을 지켜보게 된다. 시청자는 이런 이중의 대리만족을 통해 ‘타인’의 인생에 ‘나’를 포갤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흥미로운 설정이 뻔한 힐링 드라마로 흘러가지는 않을까? 초반 몇회를 본 바로는 대리 여행이라는 독특한 상황으로 인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 보다는, 여름과 주변 인물들의 익숙한 서사가 여행지 풍경 앞에 필요 이상으로 어른거린다.
check point
하라다 마하 작가가 쓴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벌써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으며 일본 <NHK>와 동시 방영되고 있다. 같은 원작을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제작한다면 어떨까? 한국과 일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두루 볼 수 있지 않을까? 여행 대신 여행 관련 콘텐츠를 즐겨보는 ‘방구석 여행자’의 사심이 담긴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