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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쿠글러 감독 X 유재선 감독 마스터스 토크
배동미 사진 최성열 2025-05-30

‘올해의 발견’ 배우 마일스 케이턴

유재선 이제 영화 내적인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주인공 새미 역의 마일스 케이턴 배우가 정말 큰 활약을 했잖아요. 목소리랑 기세도 대단했던 기억이 나는데 막상 찾아보니 연기는 거의 처음이더라고요. 감독으로서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결정하는 것이 큰 리스크일 수 있는데 어떤 점에 강하게 끌렸는지 궁금합니다.

라이언 쿠글러 마일스 케이턴은 캐스팅 디렉터 프랜신 마이슬러가 발견했어요. 프랜신과 2015년 <크리드> 때부터 함께 일했는데, 정말 뛰어난 캐스팅 디렉터입니다. 많은 걸작의 캐스팅을 담당했고, 최근에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캐스팅도 맡았습니다. 우리는 새미란 소년 캐릭터를 위해 전세계를 뒤졌습니다. 이 소년 캐릭터가 순수하고 영향을 받기 쉬운 존재라는 게 드러나지 않으면 영화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았어요. 새미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있고, 또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가로 표현돼야 했죠. 아버지의 걱정을 살 정도로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고, 사촌인 스모크와 스택 형제가 클럽을 열 때 새미가 함께하길 원하는 정도여야 했고요. 결국 뱀파이어들도 새미의 음악적 재능에 홀립니다. 음악적으로 이걸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마이클 B. 조던, 델로이 린도, 헤일리 스타인펠드, 잭 오코넬과 함께 스크린에 있을 수 있는 배우여야 하는 데다 연기력도 받쳐줘야 했어요. 마일스는 그럴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공식적인 캐스팅 과정에서 캐릭터에 적합한 나이인 데다 음악적 능력까지 갖춘 배우를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다 캐스팅 디렉터와 마일스를 발견했죠. 마일스는 배우가 아닌 뮤지션이었습니다. 어린 나이라 H. E. R.와 투어를 함께하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죠. 우린 전세계에서 온 오디션 테이프를 다 봤지만 마일스가 최고였어요. 전화를 걸어 그와 만났고 영화의 대사들을 연기하도록 했어요. 그때도 정말 잘했어요. 그런 다음 로스앤젤레스로 불러 배우 마이클 B. 조던과 음악감독이자 책임 프로듀서인 루드비그 예란손과 케미가 어떤지 살펴보았죠. 루드비그는 그의 음악적 역량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했거든요. 피아니스트이자 가수라 기타를 연주할 줄 몰랐던 마일스는 이 영화를 위해 기타 연주를 배웠어요. 그는 음악 영재여서 음악가가 아닌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르게 3개월여 만에 기타를 익혔습니다. 또한 우리는 마일스를 예일대학교 연기학과 교수이기도 한 사투리 코치 베스 맥과이어에게 데려갔어요. 연기의 기본기, 준비 과정을 배우게 했죠. 그는 정말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배우입니다. 출연한 첫 영화에서 그처럼 해낼 수 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죠. 게다가 핵심적인 주인공 역할이잖아요.

유재선 올해의 발견이 아닐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새미라는 인물이 ‘월드 클래스 음악가’, ‘월드 클래스 연기자’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사실 <씨너스>는 감정적인 여정도 있지만 액션영화이자 공포영화이기 때문에 동선이 굉장히 복잡해요. 연기 경험이 전무하고 세트장 경험이 부족한 배우에게 감독님이 특별히 디렉팅하는 방식이 있나요.

라이언 쿠글러 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몇주간 리허설을 했어요. 그 리허설로 배우들을 진정으로 알게 됐죠. 제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나서 시나리오나 몇몇 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음악에 관해서는 루드비그 예란손 음악감독이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어요. 저와 오랫동안 함께 일한 안무감독 아코몬 존스가 영화 속 움직임과 관련한 모든 걸 맡았고요. 일상적인 연기와 관련해서는 그냥 마일스를 현장에 넣어버렸어요. 블로킹이나 어디에 있을 것인가와 같은 건 그가 그냥 현장에서 배운 것 같아요. 마일스는 재능 있는 청년이고, 전문적인 투어 뮤지션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크로스오버가 일어났어요. 무대에 서는 건 연기할 때 블로킹과 비슷한 면이 있고, H.E.R.와 콘서트를 하기 때문에 카메라에 대해 이해하고 위치를 잡는 것에 역시 익숙했죠. 어쩌면 그 모든 게 이미 그가 해온 일이었어요. 촬영 현장에서의 인내와 예의는 촬영하면서 배워나갔고요. 촬영 첫주가 끝나갈 때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는 마치 나이 든 베테랑 같았어요. (웃음)

유재선 마이클 B. 조던 배우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쌍둥이 연기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스모크와 스택 쌍둥이를 모자 색으로 구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표정, 자세, 분위기만으로도 두 인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어떤 연출적인 마법을 부리신 건지 궁금합니다.

라이언 쿠글러 그 모든 디테일이 마이클에게서 나왔어요. 우린 일란성쌍둥이에 대해 많이 연구했어요. 쌍둥이인 사람들의 상태나 그게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조사를 많이 했죠. 그리고 제 삶 속에는 많은 일란성쌍둥이들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의 언니들, 즉 이모들이 일란성쌍둥이거든요. 두분 중 한분은 저의 대모이기도 합니다. 이모들은 제 인생에서 늘 함께해왔어요. 정말 두분은 닮았지만 가족들은 두 사람을 금방 구분할 수 있어요. 얼굴의 차이점이나 각각이 가진 에너지를 바로 이야기할 수 있죠. 그리고 저는 쌍둥이 영화감독 노아 밀러, 로건 밀러 형제를 컨설턴트로 고용했어요. 두 사람은 일란성쌍둥이라 이 영화에서 폭넓은 역할을 해줬어요. 캐릭터 다이어리를 쓰고, 마이클이 이해하고 흡수하다시피 해야 할 컨셉과 쌍둥이로 태어났을 때의 사고방식과 디테일, 둘을 하나로 묶는 친밀성 등을 알려줬어요. 스모크와 스택 두 캐릭터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세상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은 또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해서도요. 마이클은 자기 삶의 많은 것들을 제쳐두고 쌍둥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또한 움직임 작업에 집중했어요. 퍼포먼스 관점에서 쌍둥이 캐릭터는 완전히 달라요. 서는 자세가 다르고, 움직일 때도 다르죠. 얼굴 표현도 다릅니다. 그러나 아주 미묘하게 달라야 하죠. 우리의 목표는 차이를 미묘하고 현실적으로 유지하되 관객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영화를 구성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의상디자이너 루스 E. 카터의 힘이 빛을 발하죠. <씨너스>는 기본적으로 하루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관객은 하루 종일 같은 옷을 입은 캐릭터들을 보게 돼요. 그래서 의상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했어요. 소품팀도 스모크와 스택을 위해 다양하면서도 많은 소품을 준비했죠. 스모크는 담배를 피우고, 스택은 이쑤시개를 물고 있어요. 스모크는 권총 두 자루를 무기로 써요. 두개의 권총을 가지고 있으려면 재킷이 조금 더 헐렁해야 하고요. 스모크는 항상 이중 권총집을 착용하고 있어요. 스택의 경우, 총 하나와 칼 하나를 품고 있어요. 그래서 의상이 몸에 딱 맞아요. 총은 바지 뒤쪽에, 칼은 벨트에 차거든요. 이런 차이만으로도 스택이 스모크보다 외모에 좀더 신경 쓴다는 걸 빠르게 알 수 있죠. 스택이 더 잘 차려입은 것처럼 보여요. 덩치가 커 보이지 않게 총을 한 자루만 들고 다니니까요. (웃음) 스택은 애초에 총이 필요 없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형보다 덜 폭력적인 사람이고 대신 수다스럽거든요. 이렇게 쌍둥이의 컨셉은 항상 짝으로 구성돼 있어요. 한 캐릭터가 어떤 부분이 발달해 있으면 다른 캐릭터는 다른 부분에 능숙한 거죠. 저는 관객이 두 캐릭터와 개별적으로 시간을 보내도록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 과정에서 쌍둥이들의 개별적인 특성이 더 드러나게 되죠. 또한 새미 캐릭터도 일종의 가이드처럼 사용했어요. 새미는 두 사촌 형과 조금씩 다른 관계를 맺고 있어요. 두 사람을 다르게 바라보죠. 한 쌍둥이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반면, 다른 쌍둥이를 두려워하죠. 저는 이런 구성이 관객이 쌍둥이 형제들에 대해 배워가는 훌륭한 역학이 될 거라고 봤어요. 물론 마이클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지만 그는 정말 잘해냈습니다.

2개월간 써내려간 ‘하룻밤 서사’

유재선 인터뷰를 통해 두달 만에 <씨너스>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너무 기적 같은 일이고, 굉장히 부럽습니다. 막힘 없이 써졌던 상황이었나요.

라이언 쿠글러 2개월 만에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건 조금 과장된 표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료를 조사하고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개요를 발전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썼거든요. 제작자인 진지와 스트레스 테스트도 해보고 음악도 들었죠.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데만 근 1년을 쓴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개요를 완성하고 나서 2개월 동안 시나리오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제 삶과 연관이 깊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을 끄집어내 영화에 녹여냈고, 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와 제가 사랑한 것들도 담았죠. 10년 넘게 쌓아온 많은 관계에 의지했고요. 진지에게 프로듀싱을 맡겼는데, 우린 20년을 함께했어요. 영화에 출연한 배우 마이클은 10년 넘게 함께하고 있고요. 음악감독 루드비그 예란손은 15년 동안 같이 일했죠. 시나리오를 빠르게 쓴 것 같지만, 정말로 그 과정이 얼마나 걸렸는지 보면 제 인생 모두가 투입됐어요. 특정 시점만 들여다본다면 시나리오를 쓰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저로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년 동안 시나리오를 써왔습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말했다면 아마도 농담이었고 과도한 단순화였을 거예요. (웃음)

유재선 제가 요즘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여서 그런지 안도감이 들기도 하네요.

라이언 쿠글러 미국에서 영화인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대해 자주 듣곤 합니다. 몇 테이크만 가고 하루 5~6시간만 촬영한다고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처럼 오랫동안 이 일을 한 사람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겁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촬영 시간은 점점 짧아졌을 거고요. 가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정확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맥락을 제쳐두고 “정말 빠르네요”라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그와 같은 속도를 내는 데 50년의 세월이 걸렸다면, 과연 정말 빠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웃음)

유재선 <블랙 팬서>로 인터뷰할 당시 감독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배우 연기에 너무 몰입하고 감동한 나머지 컷을 외치는 것을 까먹은 적이 있다”라면서 “금덩어리를 발견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씨너스> 현장에서도 그런 금덩어리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라이언 쿠글러 언급한 상황은 배우 앤절라 베셋이 왕좌에 앉아서 연기할 때인데요.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씨너스>에서 그와 가장 비슷한 순간으로 배우 델로이 린도의 자동차 신을 꼽고 싶네요. 영화 중간 지점인데 캐릭터를 만난 직후에 즉흥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그런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앤절라 베셋의 연기와 같이 초월적인 무언가가 표현되는 걸 볼 수 있어요. 이 영화는 분명히 그런 순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배우 마이클 B. 조던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배우 마일스가 노래를 부르는 신을 촬영할 때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마일스가 연기한 새미는 가난을 겪으면서 점점 더 깊은 목소리를 갖게 됐는데, 스모크와 스택 쌍둥이 형제는 사촌 동생이 10살짜리 꼬마였던 시절에 보고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 목소리가 아주 깊어진 걸 알게 된 거죠. 이제 새미가 꼬마가 아닌 남자가 됐단 걸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배우 마이클 B. 조던이 노래를 듣고 보이는 반응은 그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인 동시에 재능이 뛰어난 음악가를 가까이에서 본 배우의 진실한 감정이 묻어나는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배우 제이미 로슨의 주크 주점에서의 무대도 꼽고 싶은데요. 그 신에서 배우와 안무, 엑스트라들이 모두 일치돼서 움직입니다. 엑스트라가 부족해서 스태프들에게 의상을 입힌 뒤 주크 주점이 꽉 찬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제이미 로슨의 공연, 군중이 한데 모인 이미지가 정말 특별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전한 아이맥스 촬영에 관한 조언

유재선 <씨너스>를 볼 때 한 대여섯번 소름이 돋았던 것 같아요. 가장 크게 전율을 느꼈던 건,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새미의 첫 공연 장면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촬영하셨나요? 컷을 외치고 ‘아, 이 테이크다’라는 확신을 느끼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대리만족하고 싶습니다.

라이언 쿠글러 흥미롭게도 그 장면을 나눠서 촬영했어요. 아이맥스 카메라의 용량 때문에 한번에 2분 동안만 촬영할 수 있거든요. 여러 테이크를 촬영한 이후 합쳐야 했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훌륭한 테이크가 많았어요. 훌륭함과 훌륭함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테이크마다 미묘한 차이들이 있었거든요. 마이클 P. 쇼버 편집감독과 함께 작업했는데, 그는 영화학교 재학 시절부터 저의 모든 영화를 편집해왔어요. 이 영화가 그가 지금까지 한 편집 작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어떤 장면을 사용할지 왜 그런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의견이 일치될 때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바로 이거야’ 하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시퀀스이고 많은 변수들이 있었고 엑스트라도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운 좋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유재선 너무 소름이 돋는 장면이라 관객들은 무슨 장면인지 바로 단번에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님에게 아이맥스 촬영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가장 인상 깊거나 유용했던 조언 두 가지만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라이언 쿠글러 유재선 감독님에게 몇 가지를 알려드릴게요.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가 크다는 것입니다. 대화 장면의 경우, 후시녹음할 가능성이 높죠. 놀런 감독이 알려준 기술은 촬영 직후 ‘와일드 라인’을 촬영하는 건데요. 모든 장면을 촬영한 후 배우들이 카메라 소리 없이 같은 장면을 다시 한번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깨끗하게 들리는 대사를 얻어서 추후 사용할 수 있죠. 그가 저와 진지에게 알려준 또 다른 조언은, 아이맥스 카메라를 ‘슈퍼 8mm’(가정용으로 널리 이용된 필름 카메라.-편집자) 카메라처럼 쓰란 내용이었죠. 다른 영화에서 작은 카메라로 작업할 때의 기술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사용해서 아이맥스 카메라를 제 스타일로 쓰라는 뜻이었는데 저는 그 조언이 정말 좋았어요. 그 조언은 저와 오텀 듀럴드 아카포 촬영감독 둘 다에게 유용했어요. 아카포 촬영감독은 놀런 감독의 촬영을 오랫동안 담당한 호이터 판호이테마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특히 “카메라를 훔친 것처럼 운용하라”는 조언을 남겼어요. 그만큼 카메라에 미쳐보란 뜻이었죠. 이 영화가 그 결과물입니다. (웃음)

유재선 저도 만의 하나 미래에 아이맥스 카메라로 영화를 찍게 되면 이 조언들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감독님, 너무 유감스럽게도 시간이 다 됐습니다. 제 질문 절반도 여쭤보지 못했는데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씨너스>를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라이언 쿠글러 먼저 제 영화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전작 <블랙 팬서>를 많이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번 영화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씨너스>는 많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공동체와 힘든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입니다. 이 영화는 그에 관한 영화입니다. 사랑과 문화, 그리고 음악을 향한 사랑에 관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알고 저도 알고 있죠. 이런 것들이 전세계적으로 중요하다는 걸요. 특히 한국에서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몇년 전 서울과 부산에 머물 때 집처럼 정말 편안했어요. 너무 그립고 곧 그곳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재선 감사합니다, 감독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이언 쿠글러 감사합니다, 유재선 감독님. 감독님의 작품을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랍니다!

델타 슬림(델로이 린도)의 낮은 허밍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언급한 자동차 신에서 델타 슬림은 자신과 같은 블랙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억울하고 불합리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낮게 허밍한다. 감당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고통 앞에 눈물을 대신해 허밍하는 것은 블랙 커뮤니티만의 문화다. 흑인 대서양 문화를 연구한 학자 폴 길로이는 그의 저서 <블랙 애틀랜틱: 모더니티와 이중 의식>에서 허밍과 같은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낮은 주파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영화 <씨너스>는 주크 주점 신처럼 시끌벅적하고 생기 넘치는 정동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깊고 조용하게 슬픔과 애도를 표현하는 블랙 커뮤니티만의 문화를 스크린으로 옮겨와 영화의 흐름을 일순간에 정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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