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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미, 조현나의 CANNES 레터 - 2025 경쟁부문 리뷰] <두 검사>
김소미 2025-05-15

우크라이나 감독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신작 <두 검사>는 1937년, 스탈린 공포정치의 절정기에 좌표를 찍는다. 젊은 검사 코르네프(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에게 도착한 것은 한 통의 혈서. 국가보안위원회(NKVD)가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지식인을 숙청하고 있으며 그 자리를 충성심만 앞세운 무능한 스탈린 충복들로 채워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편지의 발신자로 감옥에 수감된 채 병들어가는 원로 법학자 스텝냐크(알렉산드르 필리펜코)의 진실을 목격한 주인공은, 직접 최고 권위자에게 호소하고자 모스크바행 열차에 오른다.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영화는 감옥, 관청 등 관료제의 성벽에 도착한 검사가 접견 허가를 기다리거나, 불려가기만을 대기하거나, 무표정한 간부 앞에서 침묵하는 밀실극의 형식으로 일관한다. 길고 느리지만, 결코 정적이지는 않은 영화다.

<마이 조이>, <안개 속에서>, <돈바스>로 이어진 극영화 3부작으로 전후 러시아 권력 구조의 내부 붕괴를 폭로하고, <키이우 재판> <바비 야르 협곡> 등의 다큐멘터리에선 아카이브 푸티지 작업을 통해 역사적 기록에 내재한 편향과 삭제의 흔적을 추적한 로즈니차 감독이 2018년 <돈바스> 이후 6년 만에 허구의 장르로 회귀했다. 끝없는 지연과 은밀한 조종으로 점철된 전체주의의 지배를 엄격한 스타일로도 구현한 <두 검사>를 보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러나 아카데미 비율 안에 고전적 미감으로 체제의 중력을 구현한 올레그 무투의 촬영, 그 위에 입혀진 건조한 유머와 풍자적인 트럼펫 사운드가 기묘한 긴장을 불러낸다. 이에 <데드라인>은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만들지 않은 가장 무서운 코미디이자 멍청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다룬 채플린식 공포영화”라는 평을, <스크린 데일리>는 “자크 타티의 연출을 연상시키는 정밀한 안무 장면의 연속”이라는 평을 남겼다. 열차 칸에서 펼쳐지는 일견 초현실적인 승객들의 수다는 카프카의 부조리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로즈니차의 영화는 언제나처럼 현재를 겨냥한다. <두 검사>는 지금까지 나온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부를 만한 영화임이 분명하고, 이는 로즈니차가 돌멩이가 단지 크렘린궁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스트롱맨들, 권위주의적 정부와 싸우는 모든 시민을 위한 우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4년간 수감되어 1980년대 후반에 사망할 때까지 국가로부터 지속적인 탄압을 받았던 반체제 작가이자 과학자인 게오르기 데미도프의 이야기에 기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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