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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ok] 제국의 음모
이다혜 2025-05-12

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임재철 옮김 이리에 데쓰로 해설 문학과지성사 펴냄

하스미 시게히코는 한국에서는 영화비평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불문학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제국의 음모>는 일본에서 1991년에 처음으로 간행된 책으로, 본문 110여쪽의 가벼운 분량이지만 내용은 1852년부터 1870년까지 프랑스 ‘제2제정기’를 다루기 때문에 그간 하스미의 국내 출간작을 읽어온 독자에게도 낯선 도전이 될 책이다. 영화비평가 이리에 데쓰로의 해설을 빌리면 <제국의 음모>는 ‘막심 뒤 캉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범용한 예술가의 초상>과 <보바리 부인론>과 연결되는 ‘제2제정기 시리즈’로 느슨하게 묶일 수도 있다. 영화평론가 임재철이 번역했고 상세한 ‘옮긴이의 말’을 더했다. 한국에도 출간된 하스미의 소설 <백작부인>의 문체를 느낄 수 있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경쾌한 글이다. ‘모노가타리’(이야기)의 형식을 띤 역사 다시 쓰기.

제2제정기는 루이 나폴레옹이 나폴레옹 3세로 즉위한 시기를 말한다. 1장 ‘사생아’는 정통 적자인 형 루이 나폴레옹과 ‘사생아’인 동생 드 모르니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글이다. 의붓형에게는 ‘아버지의 이름’ 나폴레옹이 있고 의붓동생 에게는 ‘타인의 이름’ 드 모르니가 있다. 그리고 그 둘이 마침내 프랑스의 권력을 장악할 준비를 갖춘다. 2장 ‘음모’는 권력의 자리에 머무르기 위해 ‘적자’를 압박하는 ‘사생아’의 서사가 된다. 근대국가 최초의 쿠데타가 이렇게 일어난 다. 흥미로운 부분은 곳곳에 숨어 있다. “한때 (이 쿠데타에 맞선) 무장봉기를 꿈꾸기도 했던 시인 빅토르 위고는, ‘무 기를 들어’야 할 ‘국민’을 만나지도 못한 채 망명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시상을 늘어놓은 ‘선언’ 따위로는 퇴고를 거친 대통령(루이 나폴레옹)과 내무대신(드 모르니)의 간결한 요설에 도저히 맞설 수 없었다.” 이 세세하고 복잡한 서술은 7장 ‘반복’에서 제법 아름답게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된다. 그리고 저자 후기의 첫 문장은 그 ‘뒷맛’을 진하게 만든다. “‘범용’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인물들의 그림자가 나름의 명성을 코트처럼 몸에 걸치고, 냉소적인 발걸음 으로 천천히 역사를 가로질러간다.” 논문도 에세이도 아닌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팸플릿’으로 읽혔으면 한다는 하스 미의 바람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