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비밀>
디즈니+ | 3부작 | 연출 버티 그레고리 출연 블레이크 라이블리, 버티 그레고리 | 공개 4월2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펭귄에게서 인간적인 정서와 보편적인 가치를 건져 올린다
지구의 날을 맞아 공개된 <펭귄의 비밀>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무려 20년 만에 펭귄을 주제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남극 대륙을 비롯해 갈라파고스 열대섬, 나미비아 사막 동굴 등 다양한 펭귄 서식지의 장대한 자연경관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펭귄들은 거센 눈보라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소중한 알을 지키기 위해 인내하며, 마침내 미지의 땅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간다. 영화는 펭귄들이 환경에 영리하게 적응해가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정서와 보편적인 가치를 건져 올린다. 의인화가 가미된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잊혀져가는 연대 의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용할 만한 선택이다. ‘주인공’ 중심의 스토리텔링에서 군락의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확장해가는 전략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제임스 캐머런의 작품 세계를 연상시킨다. 영화가 선사하는 감동이 단순히 휴머니즘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광활한 자연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은 인간을 아득히 넘어서는 거대 서사를 완성한다. 다만 기후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펭귄의 비밀>이 인류세를 바라보는 태도는 다소 안일하게 느껴진다. 인류의 탐욕이 생태계에 미친 악영향을 지적하면서도 강한 어조를 피하고, 자연이 스스로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에 주목한다. 인간적인 스토리텔링이 대상을 향한 애정 어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영화가 내내 강조해온 연대 의식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미상 수상자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탐험가인 버티 그레고리가 촬영을 맡았고, <가십걸> 시리즈의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내레이션을 맡아 감성을 더한다. /김현승
<트루 디텍티브 시즌4>
쿠팡플레이 | 6부작 | 연출 이사 로페스 출연 조디 포스터, 칼리 레이스, 피오나 쇼, 존 호크스 | 공개 4월1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클라리스 스털링은 어떻게 리즈 댄버스가 되었나
북극권 북쪽 240km 지점에 있는 알래스카주의 가상 도시 에니스. 한해의 마지막 일몰이 지나가자 칠흑 같은 극야가 지속된다. 극야 첫날, 찰랄 북극 연구기지의 연구원 8명이 모조리 실종된다. 베테랑 수사관인 경찰서장 리즈(조디 포스터)가 수사에 나서고, 주 관할 경찰관이자 알래스카 선주민인 에반젤린 나바로(칼리 레이스)가 공조한다. 2010년대 <HBO>의 중흥을 주도한 범죄 수사물 <트루 디텍티브>가 시즌4로 돌아왔다. 이전 세 시즌과 마찬가지로 초자연성의 정조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지만 주요 사건과 형사들은 이전 시즌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짧은 지면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요소는 알래스카의 풍광을 압도하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다. 명민한 직관과 냉철한 이성을 권태롭게 발화하는 리즈의 태도는, 미묘한 억양 변화만으로 다층적인 감정을 나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와 탁월하게 맞물린다. /정재현
<너의 모든 것 시즌5>
넷플릭스 | 10부작 | 연출 마르코스 시가, 피트 채트몬 외 출연 펜 배질리, 샬럿 리치, 매들린 브루어 | 공개 4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희대의 INFJ 캐릭터를 떠나보내며
조(펜 배질리)가 매혹되어온 여성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문학을 사랑하거나 조가 어둠을 드러냈을 때 도망치지 않은 이들. 재벌가 출신의 케이트(샬럿 리치)를 ‘단 한 사람’이라 확신한 그는 수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오지만 살인을 향한 갈망은 매 순간 숨 쉬고 있다. <너의 모든 것>은 상대의 악마성까지도 껴안는 절대적 수용의 사랑은 가능한가를 물어온 시리즈다. 7년 여정을 종결 짓는 이번 피날레는 사랑의 완성이냐 연쇄살인마의 몰락이냐라는 두 갈래의 기대가 충돌해야 했지만 방향타는 다소 쉽게 정의라는 종착지로 기울고 만다. 기업형 정치극이라는 배경. 개인의 일탈을 사회적 파문으로 증폭시키는 소셜미디어의 활용. 그리고 남성 악인을 여성 연대로 단죄하는 서사는 최근 미국 콘텐츠 전반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장치다. 시리즈의 독보적인 미덕이었던 도덕적 모호함과 길티 플레저가 이에 압도당하면서, 작품은 역사상 가장 덜 매혹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남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