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 분니티팟 / 태국 / 2024년 / 127분 / 아시아영화의창 10.08 L7 16:30
학급에서 1등을 도맡을 만큼 똑똑했던 엠(푸티퐁 아싸라타나쿨)의 오늘 날은 다소 낙담스럽다. 그에게 남은 것은 중독적인 게임 방송과 일상적인 피해의식, 가족들의 모진 눈총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설픈 희망이 있다. 할아버지를 간병한 뒤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촌 무이(투 톤타완 탄티베자쿨)를 보며 엠은 조금은 비겁한 목표를 세운다. 바로 암 판정을 받은 할머니의 간병을 자청하는 것. 이른 새벽부터 할머니의 아침 장사를 돕거나 병원의 긴 대기줄을 함께 기다리고, 할머니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 등 엠은 시나브로 조모와 두터운 관계를 형성한다.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은 초반에 엉성한 코미디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이내 현대사회가 놓친 가족의 필요성과 근간을 짚는다. 인간 사회에 가족이란 집단이 왜 필요한지, 다른 집단과 가족은 어떻게 다른지 그 근원부터 명확하게 짚어낸다. 사랑을 내세워 지나치게 교훈적인 도랑에 빠져버리는 여느 가족 중심적 작품의 실수를 기피하고자 캐릭터 설정과 서사 진행의 개연성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실화를 모티브 삼았다. <배드 지니어스 더 시리즈>를 연출한 팟 부니티팻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