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람 / 한국 / 2024년 / 77분 / 지석 10.07 L7 16:30 / 10.10 L3 21:00
개성이 통통 튀는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뭐 그런 거지>는 초반의 명랑한 선언과 달리 유혈 넘치는 잔인한 여정을 그려낸다. 다른 행성에서 지구를 방문한 남녀는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살인을 저지른다. 장총, 묵직한 돌멩이, 긴 밧줄 등 이들이 지나온 시간을 상상하게 되는 도구들과 기괴한 가면까지 모든 소품은 영화의 그로테스크함을 증폭시킨다. 정처 없이 떠도는 두 방랑자의 즐거운 살생은 도덕이나 윤리의 화살표를 가뿐히 뛰어넘어 현대사회에 농담 같은 일침을 가한다. 허무맹랑한 스토리, 단순한 시퀀스, 철학적인 대화와 황당한 웃음이 폭우처럼 쏟아지지만 그 빗줄기를 기꺼이 맞고 싶을 만큼 몽환적으로 흘러간다. 한마디로 다소 뜬금없고 엉뚱한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 장면을 부드럽게 감싸는 음악 배치도 무척 인상적이다. 두 외계 커플은 과연 지구인들과 달리 완벽한 살인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도저히 묵음 처리되지 않는 둘만의 사랑을 지구에 각인시킬 수 있을까. 어떤 장면도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이미지의 조각가 이하람 감독의 장기가 십분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