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베니스에는 고아가 된 소녀들을 돌보며 음악을 할 수 있게 가르치던 수녀원이 있었다. 이탈리아 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 마르게리타 비카리오 감독은 베니스에 있었던 기관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 <글로리아!>를 만들었다. “왜 우리가 이름을 기억하는 클래식 여성 작곡가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수녀원 소녀들에 대해 알려진 기록은 없지만 나의 상상력과 나의 음악을 더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수녀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테레사는 우연히 작곡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밤 수녀원 성가대 소녀들과 음악으로 교류하기 시작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 중 하나는 역사에 드물게 기록이 남아 있는 여성 작곡가 ‘마달레나 로라 시멘’의 곡이다. <글로리아!>는 현대 음악과 클래식을 전복적으로 섞는 뮤지컬 영화다. 대부분 영화는 이미지를 먼저 만든 후 음악을 입히지만 <글로리아!>의 음악은 촬영 이전에 90%가량 만들어져 있었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오히려 실제 시대극처럼 정확한 스타일을 추구해 급진적이면서 고풍스러운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완성됐다. 자신의 음악과 직결되는 영화를 만든 감독은 차기작을 찍는다면 역시 음악이 중요한 도구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 작업도 영혼이 수반되지만 아무래도 수백 명이 함께 하는 일이다. 음악은 나와 직접 연결된다. ‘영화제 여행’이 끝나고 나면 음악 작업에 먼저 매진하고 싶다.”
BIFF #5호 [인터뷰] 현대음악과 클래식의 페미니즘적 만남, <글로리아!> 마르게리타 비카리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