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너스 본 혼 / 덴마크, 폴란드, 스웨덴 / 2024년 / 122분 / 월드 시네마 10.06 L6 20:00 / 10.10 C7 20:00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코펜하겐, 전쟁터로 떠난 남편의 생사를 확신할 수없는 카롤리네는 그의 죽음을 짐작하고 공장장과 새로운 만남을 갖는다. 아이를 가졌지만 새 가정을 꾸리는 데 실패한 그는 설상가상으로 실직까지 한 채 길거리를 떠돈다. 그때 카롤리네 앞에 나타난 초로의 여성 다그마르는 아이를 온화하고 부유한 가정에 입양해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그들은 정신적 고통이 뒤따르는 날에 함께 모르핀을 나누고, 적적한 날이면 영화 구경을 하가며 빠르게 가까워지지만 다그마르가 보여주는 카롤리네의 현실은 지극히 비참하고 비극적이다. 카롤리네처럼 자신의 아이를 맡기러 오는 사람들이 다그마르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카롤리네는 마음속에 움트는 죄책감을 꿋꿋이 외면한다. <바늘을 든 소녀>는 1910년대 덴마크의 유아 연쇄살인마 다그마르 오베르뷔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영화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던 진실이 조금씩 노골적으로, 직접적으로 드러날 때 애매모호했던 잔인함과 잔혹성이 구체적인 충격으로 전환된다. 흑백영화로도 감출 수 없는 인물의 날 선 표정과 불안한 행동이 불쑥 튀어나와 바늘처럼 가슴을 쑤신다. 제7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