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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4호 [인터뷰] 무한의 시간 혹은 영원의 포옹, <봄밤> 강미자 감독
최현수 사진 박종덕 2024-10-06

류머티즘을 오래 앓은 수환(김설진)과 실의에 빠져 알코올 중독이 된 영경(한예리).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삶을 버티던 두 남녀의 사랑이 담긴 권여선 작가의 단편 「봄밤」을 읽고 강미자 감독은 언어로 포착할 수 없던 감각을 마주했다.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깊이 고여 있는 아픔. 읽는 내내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아픔이 찾아왔다.” 영화화를 결심하자 강미자 감독은 55세의 영경에게서 배우 한예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영경은 한예리였다. 그 순간부터 영경은 마흔 무렵의 여성이 되었다.”

소설 속 수환과 영경은 12년의 세월을 서로 아파하며 만났다고 한다. 하지만 <봄밤>의 이야기가 영화로 옮겨질 때, 강미자 감독은 12년간 켜켜이 쌓은 관계를 새로운 시간선 위에 담고자 했다. “12년의 공백을 영화적으로 풀어낼 방법이 중요했다. <봄밤>은 차라리 시간이 부재한 영화다. 두 남녀를 무한함 속에 놓고 싶었다.” 소설의 시제와 서사를 덜어낸 자리에 덧대어진 것은 “반복과 암전”의 쇼트들이다. 죽음이 언뜻 보이는 술자리와 취한 영경을 업은 수환의 걸음이 반복될 때마다 어둑한 밤의 이미지가 자리한다. “영경과 수환의 죽음을 보듬는 봄밤의 기운을 밤의 이미지들로 표현했다.” 죽음을 보듬는 관계. 강미자 감독이 <봄밤>에서 느낀 통각은 어쩌면 “모든 걸 잃었을 때 만난 두 사람의 아무것도 없는 서로를 껴안는 포옹”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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