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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4호 [인터뷰] 차가운 불꽃처럼, <강남 비-사이드> 하윤경
최현수 사진 박종덕 2024-10-06

명료하고 똑 부러지는 화법과 선하고 맑은 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최수연 변호사부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윤보민 순경까지 배우 하윤경에게 가장 자주 보이는 것은 의로움이었다. “고교 시절 사탐 과목 중에서 법과 사회를 제일 좋아했다. (웃음) 정의를 논하는 캐릭터를 마주할 때마다 도덕과 부도덕의 경계를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강남 비-사이드>에서 하윤경 배우가 연기하는 검사 민서진에게선 선의나 사명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대신 “업무에 찌든 채 무덤덤하게 자기 할 일을 수행하는” 냉담한 얼굴이 우리를 낯설게 한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범죄도 서진에게는 수많은 사건 파일 중 하나였다. “배역을 위해 실제 검찰에 재직했던 사람들과 만나서 구한 자문” 중에 배우 하윤경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방대한 양의 서류 더미”였다. “몇백 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들은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 없는 사람이다.” 그 때문에 서진은 현장에서 사건을 추격하는 강동우 형사, 해결사 윤길호보다 “한 발 뒤에서 사태를 쫓는 관찰자”에 가까웠다.

평상시 연기했던 인물보다 절제된 검사의 동선에 “몸이 많이 근질거렸다”라고 말했지만 하윤경 배우는 그런 서진을 연기하면서 “오히려 의미 없는 제스처나 행동을 할 수 없었기에,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어떤 의중도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우는 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이는 배우 하윤경이 발견한 민서진 검사만의 매력이기도 했다. “모호하고 불확실하며, 대체 무엇을 위해서 움직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쉽게 읽을 수 없다. 다른 인물들이 지닌 명료한 목표에 비해 서진은 내면의 갈등과 고뇌의 층위가 더 많아서 재밌던 캐릭터다.” 연쇄 실종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민서진 검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강동우 형사와 현장에서 대면할 일이 잦아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극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하윤경 배우는 “심지가 서로 닮아 있는데 살아온 방식이 달라서 완전히 판이하게 보이는 사람들”이라며 강동우를 “뜨거운 불”에, 민서진을 “차가운 불”에 비유했다. 격렬한 불빛을 내뿜는 강남의 밤거리에서 홀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타오르는 민서진이란 불꽃. 격동하며 질주하는 <강남 비-사이드>에서 배우 하윤경이 응축해 낸 에너지가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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