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에 매달리고 힘들어했던 나날들에 관한 이야기로.” 인서트 감독으로 일하는 남자와 촬영 현장에 무심코 들어온 여자의 기이한 만남을 담은 <인서트>에는 애증이 군데군데 서려 있다. 필경 영화에 대한 영화지만, 하염없는 예찬보다는 뾰족한 일갈이 깃든 이유는 영화에게 “사랑했다가 차인 기분”을 느낀 이종수 감독의 속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서트>에는 날카롭게 현실을 저미는 유머가 돋보인다. GV 내내 중언부언하는 답변들. 비틀거리는 술자리의 주정들. 심지어 배우를 면전에 두고 현학적인 영화 지식을 늘어놓는 주인공의 말들은 음소거된다. “대사의 알맹이보단 대화라는 행위 자체로 인식되길 원했다. 배우들에게 상황을 던져준 채 그들의 형상을 담는 데 집중했다”고 제작기를 밝힌 이종수 감독에게 말들은 쉽게 흩날리는 쭉정이에 가깝다. 대신 익숙하면서도 투명한 대화의 행간마다 괴이한 공기들을 감지할 수 있다. “나름대로 진지한 사람들이 아등바등 기싸움을 하는 광경들, 오히려 유머가 없는 상태가 웃음을 자아낸다.” 현실과 진배없는 상황들이 관객의 진을 빼놓다가도, 아직 남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미려한 풍경을 포착한다.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이종수 감독은 “누가 사랑하지도 않는 대상에 모든 것을 투자하느냐”며 호쾌하게 웃는다. “모두의 사랑을 바라는 작품은 아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관객들의 반응마저 내겐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BIFF #2호 [인터뷰] 애증을 담은 설화같은 이야기, <인서트> 이종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