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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호 [프리뷰] 쟝샤오쉐엔 감독, '몽골말 죽이기'
박수용 2024-10-04

<몽골말 죽이기> To Kill a Mongolian Horse

쟝샤오쉐엔 / 말레이시아, 홍콩 / 2024년 / 98분 / 아시아영화의 창

10.05 L2 20:00 / 10.06 C7 20:00 / 10.10 C2 19:30

뛰어난 경마 기수였던 두 친구 사이나와 하싸는 생계를 위해 전통 기마극단에 취업한다. 아버지의 빚과 도시에 사는 아들의 학비를 위해 사이나는 일을 늘리고 가축을 팔지만 오랜 세월 함께한 흰 말과 농장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한편 토목회사는 관광사업을 위해 땅과 말을 팔라며 사이나에게 보상금을 제안하고, 하싸는 낙마 사고로 말을 탈 수 없게 된다. 따뜻해진 기후에 사람들은 눈을 그리워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겨울은 소외된 이들에게 유독 시리다. <몽골말 죽이기>는 몽골의 고도 발전 속 본연의 위치를 위협받는 객체들을 포착한다.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너른 들판과 지평선 너머에서 길어 올린 여명은 무던히 밝은 도시와 대비되는 농밀한 아름다움을 품는다. 역시 미려하게 그려진 전통 기마극은 몽골의 휘황한 과거와 사이나가 꿈꾸던 기수로서의 미래가 접촉하는 환상의 시공간이자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는 불쾌한 현실의 장소다. 이처럼 몽골의 언어, 전통문화, 자연환경 등 나날이 침식되는 가치들을 붙잡는 쟝샤오쉐엔 감독의 집요함이 미덥다. 사이나와 말이 오늘날의 풍경에 반항하는 듯한 최종 시퀀스는 시대에 뒤처진 이들에게 허락된 마지막 자유를 가늠하려는 체념으로 읽혀 더욱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