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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1호 [프리뷰] 츠엉민퀴 감독, '비엣과 남'
박수용 2024-10-03

<비엣과 남> Viet and Nam

츠엉민퀴/필리핀, 싱가포르,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베트남/2024년/129분/아시아영화의 창

10.03 C3 16:00 / 10.06 C5 16:00 / 10.10 C2 13:00

석탄 광부인 두 연인 비엣과 남에게 깊은 지하 갱도는 세상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사랑에 충실할 수 있는 밀회의 장이다. 하지만 희망 없는 삶을 견디기 어려운 남은 비엣을 떠나 해외로 이주하려 한다. 비닐봉지에 몸을 구겨 넣은 채 강을 건너거나 컨테이너 선적물에 숨어드는 등 밀항의 과정 자체도 쉽지 않지만, 남에게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뒤 실종된 아버지의 유해를 찾는 선결과제가 남아있다. 이 바라보는 2001년의 베트 남은 여전히 교전의 상처가 곪아가는 부상병의 모습이다. 남은 한쪽 팔로 전장의 죄책감을 감싸안은 참전용사와 분홍 셔츠를 나풀거리며 젖은 흙을 파헤치는 영매, 남편이 살아있을지 모른다 믿는 어머니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그리는 남 등 대리전쟁이 짓밟은 땅의 주민들에게 파고드는 낙진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비엣과 남>은 또한 16mm 필름의 말간 캔버스 위로 그린 섬세한 음영의 사랑 이야기다. 칠흑의 갱도 속, 온몸에 발린 석탄 얼룩으로 신체의 윤곽을 강조한 비엣과 남의 밀회는 한 몸이 될 것만 같이 서로의 경계를 탐하는 관능적인 퀴어 로맨스로서의 매력을 형형히 발산한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