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의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이 성황리에 상연 중이다. 개막 전에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코너 ‘뮤지컬 스타’ 속 넘버 패러디, 배우 최재림이 촉발한 뮤지컬 숏폼 콘텐츠의 흥행 견인 열풍 속에 작품을 잘 모르던 관객층까지 <킹키부츠> 예매 대란에 합류하며 이미 다섯 차례나 사랑받았던 작품이 여섯 번째 공연에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킹키부츠>는 조엘 에저턴과 추이텔 에지오포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4대째 내려오는 구두 공장 ‘프라이스 앤드 선’을 엉겁결에 떠맡게 된 신참 사장 찰리가 드랙퀸 롤라를 만난 후 남성 표준에 맞는 여성용 구두를 만들어 사양길에 접어든 공장을 재건하는 이야기다. 원작 영화보다 유명해진 <킹키부츠>를 생각하면 작품의 대표 이미지인 빨간 큐빅 구두와 드랙퀸들의 화려한 의상, 신디 로퍼가 자신의 전성기에 불렀을 법한 뉴웨이브록 스타일로 작곡한 모든 넘버 등 화려한 쇼 뮤지컬의 잔상이 먼저 떠오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킹키부츠>를 지탱하는 강고한 구두 굽은 제화산업 집적지였던 영국의 노샘프턴 노동자들이 쇠락한 산업을 되살리려 분투하는 노동 서사에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노동자 밀집 지역의 제화공들은 접하기 드물었던 런던의 드랙 문화를 산업 부흥의 일환으로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은 점차 낯선 타인을 편견 없이 수용하는 시선을 갖게 되고,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받아들이자’는 롤라의 구호를 삶 속에서 실천하게 된다. <킹키부츠>는 잦은 오남용으로 그 가치가 퇴색한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를 구두의 가치에서 사람의 가치를 향한 수식으로 돌릴 줄 아는, 마음을 줄 수밖에 없는 따뜻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