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의 미국. 한 랍비가 유대인 여성 사라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읊는다. 관 속에 누운 사라는 미국에 망명해 유대교의 뿌리를 내린 이민 1세대 여성이다. 그의 손자 루이스는 동성 연인 프라이어와 함께 장례식에 참여하고, 프라이어는 이날 자신의 에이즈 감염 소식을 연인에게 전한다.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 조는 바륨에 중독돼 환각 속에 사는 아내 하퍼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는다. 거물 변호사 로이 콘이 그에게 워싱턴 법무부의 요직을 제안하지만 조는 아내를 떠날 수 없는 현실과 신앙에 위배되는 성정체성 속에서 괴롭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링컨> <파벨만스> 등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각본가로도 유명한 토니 쿠슈너의 1991년 초연작이다. 작중 배경인 1985년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 ‘강력한 미국’을 주장하며 보수·반공 정책을 집행했던 레이건 정권기고,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도구 삼아 성소수자를 혐오스러운 존재로 낙인찍은 시기다. 40년 전 미국의 이야기는 조지 W. 부시의 집권기인 2003년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리프 등의 배우를 기용한 <HBO>의 리미티드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호응을 이끌어냈고, 2020년대의 대한민국에서도 두 차례 무대에 올려져 다양한 담론을 낳았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보수 진영의 황금기라 회상하는 1980년대의 미국 이야기가 몇번이고 소환되는 까닭은 양극화를 묵인한 채 구조적 차별을 규율하지 않는 각국의 우경화된 정치 현실과 당연히 무관하지 않다. 두 차례의 인터미션 내내 객석의 한 남성 관객이 동반한 여성 관객에게 큰 소리로 일갈했다. “동성애도 그렇고 아직 우리나라한텐 너무 먼 이야기야.” 작품의 메시지가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당위를 입증하는 반응이었다.
기간 8월6일(화)~9월28일(토)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 시간 화·목·금 오후 7시30분 / 수 오후 2시·7시30분 / 토~일 오후 1시·6시30분 / 월 공연 없음 등급 17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