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어그로’ 파티였다. SNS에서 주목받는 77명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몸값(팔로워 수)이 표시된 넥밴드를 하고 경쟁하는 넷플릭스 예능프로 <더 인플루언서> 말이다. 첫 미션부터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어그로를 끌고, 일부 남성 ‘유튜버’들은 팔로워가 많은 ‘틱토커’들부터 떨어뜨리자고 선동한다. 2차 미션인 라이브 방송(라방)은 더 자극적이었다. 시청자를 많이 확보하고 유지해야 생존하는 상황. 남성 출연자들이 ‘충격 고백’, ‘수입 공개’ 등의 제목을 걸거나 ‘먹방’으로 시청자를 모을 때 여성 출연자들은 소위 ‘벗방’ 수준의 노출을 감행했다. 이렇게 여성의 몸을 자극적으로 전시하고, 경쟁적으로 ‘도파민’에 절여진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이 인플루언서라고? “어찌 됐든 시선만 끌면 돼. 뭐가 어찌 됐든”의 세계관으로 보면 그렇다(고 한다). 이 틈에서 뷰티 유튜버 이사배는 다른 선택을 한다. “자극 없이 퀄리티로 승부를 보는 것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소신을 지킨 것이다. 그의 소신은 공적 프로그램이 지켜야 할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더 인플루언서>는 소신 있는 ‘고퀄’보다는 ‘저퀄’이더라도 자극적으로 빠르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가 생존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졌다. 그래야 팔로워가 늘고 돈과 권력이 모이니까. 이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문제는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이들, 어그로를 잘 끄는 이들을 인플루언서로 명명했다는 데 있다. 인플루언서의 기준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그 세계에도 나름의 ‘선’은 있기 때문이다. ‘이사배가 사실상 우승’이라며 주목하는 대중, 이미지 제작 미션에서 얼굴 없이 가슴만 부각한 코스튬 플레이어 마이부의 사진이 평가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게 그 ‘선’의 증거다.
CHECK POINT
우승자인 ‘오킹’은 과거 인종차별, 장애인 비하, ‘캣맘충’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인물인 데다 최근에는 스캠코인(암호화폐 사기) 연루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이런 그가 ‘해시태그’ 경쟁 미션에서 기부 활동 내역을 앞세워 ‘선한 영향력’ 해시태그를 차지한 장면에서 가장 크게 (비)웃었다. ‘(선한)영향력’이 한국 사회에서 참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