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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오수경 2024-06-14

“부자 남편 만나 팔자 펴라. 어차피 네 힘으로 인생 성공 못한다”는 황당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유언뿐 아니라 계모와 언니들과 (계모 뱃속의) 동생, 그리고 빚도 함께 남겼다. 생존을 고민하던 신재림(표예진)은 유언대로 상류층 사교 클럽인 ‘청담헤븐’에 입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청담헤븐 대표이자 “MZ세대 재벌 8세” 문차민(영)과 엮이게 된다. 티빙 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의 주된 설정만 보면 이 무슨 구시대적 발상인가 싶다. 하지만 드라마는 고전 동화 <신데렐라>와 ‘K드라마’가 무수하게 반복한 클리셰를 ‘대놓고’ 비틀며 의외의 웃음을 유발한다. 발랄하고 전복적인 ‘B급’ 유머만 있는 게 아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아닌 “흙투성이 흙수저”로 ‘재림’한 주인공을 통해 요즘 청년의 현실과 가치관을 영리하게 반영한다.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가 소환한 요즘 청년은 자본주의적 계급 사회 한복판에서 자조하며 분수에 맞게 살기를 선택한다. 재림은 이런 현실에 순응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신데렐라’가 되기를 선택한다. 재림의 욕망은 순수하고도 당돌하다. “금수저라도 잡아서 팔자 한번 펴보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하는 ‘신데렐라’ 서사가 유행하던 시절을 지나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하길 원하는 ‘야망캐’가 요즘 시대 여성 청년의 얼굴로 대중문화에 소개되곤 한다. 재림은 ‘야망캐’이기보다는 ‘생존캐’에 가깝다는 면에서 눈여겨볼 여성 청년의 얼굴이다. 이 ‘생존캐’가 과연 비혼·비출산을 선택하고, 능력주의와 페미니즘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신데렐라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유자 작가의 말을 일단 믿어보는 수밖에.

CHECK POINT

신데렐라에게 필요한 것은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어디든 가게 할 ‘백마’다. 그걸 실현할 길이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드라마가 드러낸 현실의 그림자다. 아무리 발랄하게 포장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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