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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행운은 우리에게’
김소미 최현수 2024-06-07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티빙 l 10부작 / 연출 김민경 / 극본 유자 / 출연 표예진, 영, 김현진, 송지우 / 공개 5월3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유치 상쾌 발랄한 킬링타임 코미디로 제격

2024년에 신데렐라 스토리를 하려면 ‘대놓고’ 선포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멜로드라마의 관습에 동시대적 감수성을 이식한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처럼. 결혼 제도에 숨은 신분 상승의 욕망이라는 오래된 테마를 재논의하는 이 희극의 핵심은 패러디다. 주인공 재림(표예진)은 계모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 가장으로, “부자 남편 만나 팔자 펴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실행하기에 나선다. 청담동 사교 클럽에 취업해 상대를 물색하려는 계획을 세운 재림이 면접장 계단을 오르던 날. 신데렐라처럼 벗겨지고 만 구두가 사교 클럽 대표 차민(이준영)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뜻밖의 조우가 이루어진다. 재벌 8세인 차민은 곧 재림의 숨은 계획을 알아차리지만 맥주 빨리 마시기 내기 따위에 휘말려 재림의 입사를 허락하고 만다. 첫 만남부터 취직까지, 신데렐라 스토리라기엔 지나치게 뻔뻔하고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밈과 짤에 수렴하는 자막 연출, 조악한 스타일의 CG, 만화적인 편집으로 클리셰들을 비틀어나간다. 서사에 내포된 구시대적 관습을 직접적으로 짚어주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능청스러운 보이스오버 역시 호감가는 요소다. 언뜻 웹툰·웹소설 원작을 영상화한 것 같지만 신인 유자 작가가 각본을 쓰고 백미경 작가(<힘쎈여자 강남순> <마인> 등)가 크리에이터로 데뷔한 오리지널 극본이다.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배우 표예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나라한 대사와 슬랩스틱 사이에서 능숙한 완급 조절을 보여주는 표예진의 재능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백마 탄 왕자를 찾는 (“이 세상 어차피 너 혼자 힘으론 성공 못해”) 여성의 낡은 서사로 시작한 이 드라마가 회를 거듭하며 유의미한 반전과 웃음을 모두 쟁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6월28일까지 매주 금요일 2화씩 공개된다. /김소미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티빙, 웨이브, 왓챠 l 8부작 / 연출 이성택 / 출연 윤찬영, 봉재현, 원태민, 고동옥, 이서진 / 공개 5월2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젊어질 생각조차 안 하면서 학원물을 건드린 죄

칠성파 이인자인 조직폭력배 김득팔(이서진)의 목표는 대학 합격. 보스는 만학도가 된 득팔에게 공부를 포기하고 조직을 물려받으라고 권고한다. 착잡한 마음을 풀고자 드라이브에 나선 득팔은 육교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고등학생 송이헌(윤찬영)을 구하려다 교통사고가 난다. 깨어나 보니 득팔의 육신은 이미 죽었고, 득팔의 영혼은 이헌의 몸속에 빙의되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이헌의 몸에 들어온 득팔은 제대로 삶을 살아볼 궁리를 한다. 동명의 웹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는 원작의 BL적인 요소는 최대한 덜고 중년의 영혼이 학생의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를 부각했다. 이런 전략은 세대간의 격차를 적확히 묘사할 때 유효하다. 중년의 능청스러움을 충분히 잘 소화한 윤찬영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학원물의 매력을 담기에는 지나치게 트렌드에 뒤처져 있다. 무엇보다 세대를 향한 게으른 시선과 아쉬운 연출이 익숙한 소재가 주는 매력마저 반감한다. /최현수 객원기자

<행운은 우리에게>

디즈니+ l 8부작 / 연출 아미트 굽타 외 /출연 조이 킹, 로건 레먼, 하다스 야론, 로빈 웨이거트, 라이어 에쉬케나지 / 공개 5월2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우직함과 안전함 사이에서 재회의 기적을 논하다

폴란드의 라돔에서 양장점을 하던 쿠르츠 가족은 매년 유월절을 지켜오던 평범한 유대인 가정이다. 하지만 1939년 9월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라돔은 한순간에 화약고가 되었다. 나치의 광기 어린 유대인 탄압에 쿠르츠 가문의 다섯 남매는 뿔뿔이 흩어진다. 서로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던 죽음의 시간 속에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리란 희망도 점차 희미해진다. 조지아 헌터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인 <행운은 우리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폭풍 속에서 기적적으로 버텨낸 유대인 가정의 실화를 다룬 드라마다.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다룬 다른 작품들처럼 <행운은 우리에게>는 처참한 비극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여정을 그린다. 세계 각국으로 흩어진 가족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생존과 재회라는 공동의 목표로 균형 있게 엮어냈다. 다만 가족과 사랑이라는 전통적인 가치를 위해 비극을 배경처럼 소모한 시리즈의 안전한 선택은 아쉬움을 남긴다. /최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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