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 8부작 / 연출 벤 테일러, 아만다 브롯치, MJ 델라니 / 출연 루이사 헐랜드, 제이크 던, 에이드리언 레스터, 닉 모하메드 / 공개 3월2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유치해서 별로거나 유치해도 괜찮거나
1705년 영국, 고향에 온 넬(루이사 헐랜드)은 환영받지 못한다. 가난한 집으로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라 큰소리치고 번지르르한 대위와 멀리 떠났지만 전쟁에서 대위가 죽자 갈 곳을 잃는다. 아예 맨몸으로 귀향한 건 아니다. 요정 ‘빌리 블라인드’ (닉 모하메드)에게서 초인적인 힘을 얻은 넬은 마을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영주의 아들 토머스(제이크 던)를 혼내주면서 기세가 산다. 그러나 곧 큰 사건에 휘말려 영주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도망자 신세가 된다. 전편이 공개된 8부작 <레니게이드 넬>은 호쾌한 스펙터클을 중심으로 동화적인 세계를 증축해나가는 판타지물이다. 절대 지기 싫어하는 여성이 자기 성미에 걸맞은 신체적 능력이 생겼을 때 구사할 수 있는 액션은 무궁무진하다. 움직이는 마차 위, 질척이는 숲길, 활용할 도구 하나 없는 맨땅에서 거구의 남성과 일대일로 맞서거나 무장한 무리를 제압하는 넬의 화려하고 재빠른 몸놀림이 시선을 끈다. 요정의 쓰임도 재밌다. 꼬장꼬장한 요정의 등장이 이색적인 가운데 요정과 넬이 옥신각신하며 쌓아나가는 우정이 퍽 뭉클하다. 사실 중도 포기를 부르는 유치한 장면이 적지 않다. 액션 신에서 슬로모션이 과도하게 쓰이고 마법을 부리는 장면은 장황할 뿐 평범하다. 영웅 캐릭터의 멋짐을 강조하기 위한 관념적인 대사는 어색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이 정도는 판타지 동화의 귀여움이라고 눈감아줄 수 있다면 한 호흡에 정주행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