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10부작 / 연출 이병헌 / 출연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 / 공개 3월1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희귀종 웃음의 출현. 치밀하고 정성스럽게 어이없다
이병헌식 웃음에 익숙한 이들도 <닭강정>은 도전적으로 느낄지 모르겠다. 일찍이 웹툰 <닭강정>을 보며 웃은 이들도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에는 종종 당황할 수 있다. 감독, 배우, C급 코미디, 그리고 OTT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시리즈 구성이 적역의 시너지효과를 낸 덕택이다. 사장 한명, 직원 둘. 전 직원 세명인 ‘모든기계’ 사무실에 의문의 기계가 배달되면서 사태는 시작된다. 인근의 유서 깊은 맛집에서 닭강정을 사들고 온 사장 최선만(류승룡)의 딸 최민아(김유정)가 하필이면 그 기계 안에 들어가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주요 목격자는 민아를 흠모하던 인턴 직원 고백중(안재홍)으로, 선만과 백중은 곧 힘을 합쳐 변신에 얽힌 황당무계한 비밀을 파헤쳐나간다.
<닭강정>은 코미디 이전에 백치들의 순정을 믿는 세계다. 딸 바보 아버지의 부성애와 모태 솔로 남성의 짝사랑 서사는 지루하고 축축해지기 십상이지만 <닭강정>에선 다행스럽게도 산뜻하다. 감정선 위에 얹힌 연기의 양식이 더욱 돋보이기 때문인데, 이병헌 감독 작품에서 흔히 거론되는 ‘말맛’이 <닭강정>에선 한층 더 만화적으로 극대화됐다. 쫀쫀한 연기와 리듬감으로 뭉쳐진 <닭강정>을 보는 동안만큼은 <드림>의 실패를 잊어도 좋겠다. 원작이 여백으로 남겨두었던 캐릭터의 디테일을 상당수 새롭게 구현한 점도 두드러진다. 닭도 아니고 치킨도 아니고 겨우 “튀겨진 닭살 쪼가리”에 불과한 이야기에 걸맞은, 황당하지만 실속 있는 이 코미디의 탄생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