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회고 속에서 반짝이는 이상의 청춘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배우 김태리가 연기하는 또 다른 청춘 구산영은 삶의 변수에 적절히 대응할 여력이 없는 이의 조바심과 박탈감으로 현재의 청춘과 공명한다. 염 교수가 “악귀는 그 사람의 약한 곳을 이용한다” 했을 때, 속으로 ‘악귀만 그렇겠냐’고 시시하게 넘겼는데 돈 500만원에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궁색한 처지를 자신의 약점으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 산영에겐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일임을 이제 안다. 산영이 악귀일 때의 몸짓에 매혹되다가도 매번 제정신이 돌아오며 무너질 때마다 취약한 경계를 버티는 이의 안쓰러움에 마음이 기운다.
CHECK POINT
어린 산영은 <장화홍련전>의 결말을 두고 “더 없어? 그게 끝이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귀신이 원통함을 풀고 하늘로 떠났는데도 왜 찜찜할까. <악귀>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있다. 학대당하는 어린 소녀를 구해달라고 원귀가 된 소년이 뜻을 이루고 사라졌지만, 무엇 때문에 소녀를 이름도 없이 학대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아동 학대를 하나의 기구한 사연으로 살풀이하고 넘어가지 않으려는 작가의 책임감인지. 앞의 사건을 어린아이를 염매로 삼는 사악한 주술과 연결하는 극 구성의 전략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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