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소재로 죄책감을 심는 드라마에 바짝 긴장하는 입장으로 <우리는 오늘부터>를 편하게 즐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가치관이 다른 모녀 삼대를 비롯해 각자의 이해관계로 반목하던 여성들이 연대하며 요란한 사건 사고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원작의 핵심으로 파악하고 한국판에 적용하려는 기획 의도를 붙들고 지켜본다. 16살에 우리를 낳은 엄마 오은란(홍은희)은 딸이 자신을 부끄러워한다고, 우리는 자기가 엄마의 꿈을 꺾은 존재라고 여기다 앙금을 털어낸다. 혈연이니까 화해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원작은 내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다른 여성과 갈등을 푸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한국판이 여기까지 닿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망한 드라마라고 비웃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CHECK POINT
29살 오우리는 혼전순결 서약을 지키다 날벼락 같은 임신을 했고 영화 <십개월의 미래>의 또 다른 29살 최미래(최성은) 역시 기억에 없는 임신이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가 의심한다. 임신의 중단과 유지가 온전히 여성의 선택과 결정이 되려면, 그 선택의 근거가 되는 정보가 투명해야 하는데 실상은 임신 중단의 의료적 과정이 불투명하고, 임신한 여성이 겪는 변화와 일터와 사회에서의 취급도 말해지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임신부를 지우는 세상에서 미래는 자신이 사라져도 모를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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